서울 강남권 분양단지들이 인근 시세와 비슷한 3.3㎡당 4500만원 이상의 분양가격을 올해 처음 책정했다. 지난해 서초구에서 분양한 한 아파트 모델하우스를 예비청약자들이 둘러보고 있다.  /한경DB
서울 강남권 분양단지들이 인근 시세와 비슷한 3.3㎡당 4500만원 이상의 분양가격을 올해 처음 책정했다. 지난해 서초구에서 분양한 한 아파트 모델하우스를 예비청약자들이 둘러보고 있다. /한경DB
올해 첫 서울 강남권 분양단지들이 3.3㎡당 4500만원 이상의 분양 가격을 책정하며 3.3㎡당 5000만원을 넘보고 있다. 시세 차익에 대한 기대가 높아 ‘로또 분양’이라 불렸던 지난해와 달리 서울 새 아파트 분양 가격이 시세와 근접한 수준으로 책정되고 있어서다. 전문가들은 분양 가격 부담에 청약자들은 줄어들 수 있지만 강남권에 들어서는 새 아파트라는 경쟁력을 갖추고 있어 청약 마감은 무난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슬금슬금 오른 분양가…강남 5000만원 '육박'
강남 분양가 3.3㎡당 4600만원대

26일 모델하우스를 여는 서초구 ‘방배그랑자이’는 3.3㎡당 평균 4687만원의 분양 가격으로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 보증 승인을 받았다. 서초구에서 지난해 10월 3.3㎡당 평균 4489만원에 공급된 래미안 리더스원보다 200만원가량 높은 가격이다. 같은 날 모델하우스를 여는 강남구 일원동 ‘디에이치포레센트’도 3.3㎡당 평균 4569만원의 분양 가격으로 HUG의 승인을 받았다. 강남구 일원동에서는 지난해 3월 ‘디에이치자이개포’가 3.3㎡당 4160만원에 분양했다. HUG는 인근 지역에서 1년 이내 분양 단지가 있을 경우 비슷한 수준으로, 분양 후 1년이 지나면 기존 분양단지의 110% 내에서 분양가를 정하도록 하고 있다.

방배그랑자이나 디에이치포레센트의 전용 84㎡ 분양가는 인근 단지보다 1억~2억원가량 낮다. 디에이치자이개포의 전용 84㎡ 분양권은 지난 2월 디에이치포레센트 분양가보다 2억원가량 높은 17억2100만원에 실거래됐다. 방배그랑자이 인근 단지인 방배서리풀e편한세상, 방배롯데캐슬아르떼 전용 84㎡는 17억~18억원에 팔리고 있다.

올해 첫 강남권 분양단지들이 3.3㎡당 4500만원 이상의 분양 가격을 책정하자 부동산업계에서는 5~6월 강남권에서 분양을 앞두고 있는 강남구 삼성동 상아2차 재건축(래미안라클래시)이나 역삼동 개나리4차 재건축(아이파크) 등의 분양가는 3.3㎡당 5000만원에 육박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강남구 내에서도 입지가 좋고, 비교할 만한 신축 단지가 없어 인근 단지의 시세로 책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상아2차 아파트 인근 단지인 삼성힐스테이트1단지 전용 84㎡는 시세가 19억원에 형성돼 있다. 3.3㎡당 5750만원꼴이다. 현지 중개업소 관계자는 “상아2차 재건축은 지하철역이 가깝고, 학군도 좋아 선호도가 높다”며 “관심 수요가 많기 때문에 분양가격이 3.3㎡당 5000만원을 넘어도 소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쟁률 줄어도 무난히 마감될 것”

HUG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서울 아파트 3.3㎡당 평균 분양가는 2564만7600원으로 1년 전보다 13.7% 올랐다. 신규 분양 단지의 분양 가격이 오른 것은 분양 가격 산정의 기준 단지인 ‘1년 내 분양단지’가 없어서다. HUG는 분양가 산정 기준 단지를 동일 시·군·구 내(1㎞ 범위)에서 비슷한 가구수, 시공사(도급순위), 입지 여건 등 세 가지 가운데 두 개 이상을 충족하는 비교 사업지로 선정한다. 1년 내 신규 분양 단지가 있으면 기존 분양 가격과 비슷하게 가고, 1년 넘은 분양 단지라면 그 단지 분양가의 110% 내외, 구축 아파트라면 시세의 110% 수준에서 결정한다.

강남권 새 아파트의 분양 가격이 올라가며 청약 경쟁률은 다소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무주택자 중 10억원 이상의 분양가를 대출 없이 감당할 수 있는 수요가 많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어서다. 전 가구 분양 가격이 9억원을 넘었던 ‘e편한세상 광진그랜드파크’는 지난 3월 일반분양 물량 730가구 가운데 685가구가 미분양됐다. 이달 분양한 ‘청량리역 한양수자인 192’에서는 분양가 9억원을 기준으로 청약가점 커트라인이 갈리는 현상을 보였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경쟁률은 낮아져도 입지가 좋은 강남권 새 아파트라 청약은 무난하게 마무리될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지난 1분기에 분양된 단지 중 1순위 청약 경쟁률보다 사전 무순위 청약 경쟁률이 더 높은 단지도 있다”며 “서울 강남권 단지 청약은 1순위 청약 경쟁률이 낮아도 사전 무순위 청약에서 계약이 다 마무리될 것”이라고 말했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도 “강남만을 위한 확실한 대기 수요가 있는 만큼 계약이 미달될 일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윤아영 기자 youngmon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