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가 핵심 청년일자리 정책을 통해 최근 15개월간 32만여 개의 일자리를 창출했다는 성과평가 보고서를 내놨다. 중소·중견기업들이 정부가 인건비를 지원하는 ‘청년추가고용장려금’과 청년 목돈 마련을 돕는 ‘청년내일채움공제’를 활용해 각각 18만1659명과 14만456명을 채용했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고용부는 관련 일자리 지표도 개선됐다고 했다. 지난 3월 기준 청년고용률이 42.9%로 작년 3월보다 0.9%포인트 상승했고, 실업률은 10.8%로 0.8%포인트 하락했다고 했다. 고용부는 이를 근거로 “일자리 정책의 효과로 청년일자리 양(量)과 질(質)이 모두 개선됐다”고 자평했다.

하지만 고용부가 청년 4명 중 1명꼴로 사실상 실업자인 역대 최대 청년 체감실업률(25.1%)을 외면한 채, 세금을 뿌려 개선된 일부 지표를 부각시켜 ‘성과’를 자화자찬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청년추가고용장려금 등은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는 데다 중·장기 지속 효과가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최근 15개월간 두 정책에 투입된 세금만 1조1847억원에 이른다. 중소기업에 대한 청년 유인(誘引)효과도 논란거리다. 장려금 효과가 없진 않겠지만, 최대 지원 기간인 3년이 지나 정부 지원이 끊기면 기업들이 고용을 유지하지 않거나 청년들이 이직할 수 있다. 정부 지원에 의존했다가 돈줄이 끊기면 사라지는 전형적인 ‘돈 쓰는 단기 일자리’로 전락할 가능성이 있다.

청년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세금으로 만들어진 단기 일자리가 아니라 ‘번듯한’ 일자리다. 박병원 한국경영자총협회 명예회장이 최근 한 포럼에서 언급한 대로 ‘세금 쓰는 일자리가 아니라 세금 내는 (양질의) 일자리’다. 이런 일자리를 창출하는 건 기업이다. 기업들이 고용과 투자를 지속적으로 늘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게 관건이다.

획일적인 근로시간 단축과 최저임금 급속 인상에 따른 보완책 마련과 함께 고용 유연성 제고 등 노동시장 개혁은 기업들에 시급한 문제다. 기업들이 선뜻 채용에 나서지 못하는 주요한 이유는 한 번 뽑아놓으면 경기가 아무리 나빠지더라도 해고를 쉽게 할 수 없는 고용 경직성 때문이다. 정부가 고용 유연성 제고 등 노동시장 개혁을 외면하고 재정 곳간을 풀어 지금처럼 단기 일자리를 급조하거나, “돈 줄 테니 제발 중소기업에 취직 좀 하라”는 식의 정책을 고수하는 게 얼마나 어리석고 잘못된 일인지는 스스로도 잘 알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