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투자증권은 전날 원·달러 환율이 급등한 원인이 노르웨이 국부펀드에서 한국 채권을 제외한데 따른 수급 불안 심리, 미중 무역협상 일정 미확정에 따른 반응, 국내 경기 불안 심리 확산 등이라고 9일 분석했다.

서울외환시장에서 전날 원·달러 환율은 직전일보다 8.1원 오른 1144.7원에 마감했다. 종가기준으로 2017년 7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전날 원·달러 환율 급등의 직접적인 원인은 노르웨이 국부펀드가 한국 등 신흥국 채권을 포트폴리오에서 제외하기로 결정했다는 소식"이라며 "노르웨이 국부펀드가 보유한 한국 채권 규모는 시장에 충격을 줄 정도는 아니지만 외국인의 배당 송금 수요 등이 맞물려 불안 심리를 자극했다"고 풀이했다.

박 연구원은 "미중 무역협상도 환율에 영향을 미쳤다"며 "무역협상이 큰 진전을 이루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기대와 달리 미중 정상회담 일정이 확정되지 않으면서 역외 위안화 가치가 약세를 보였고, 이는 원화 약세 압력으로 이어졌다"고 봤다.

또 "만약 미중 무역협상 최종 타결이 오는 6월까지 미뤄질 경우 자칫 중국은 물론 국내 수출 회복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환율에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국내 경기 불안 심리도 원·달러 환율 급등의 원인"라며 "4월 경상수지 적자 전환 가능성·0%대 물가 상승률·수출 회복 지연 리스크 등 국내 경기 순환 주기(사이클) 둔화 리스크가 해소되지 못한 점이 원화 약세를 이끌었다"고 진단했다.

원·달러 환율이 오르고 있지만 여전히 박스권 장세에 있다는 판단이다.

박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이 추세적 상승세를 이어갈 가능성은 아직 낮아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어 "최근 주식시장으로 외국인 자금이 재차 유입되고 있고 원화 가치에 큰 영향을 주고 있는 달러화와 위안화 가치가 제한적 등락을 유지하는 점은 원·달러 환율의 상단을 높이겠다"면서도 "큰 범위에서의 박스권은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미중 무역협상 결과·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해소·국내 수출 경기 회복 속도 등이 원·달러 환율의 추세를 결정짓는 변수라는 부연이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