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빅데이터·블록체인·클라우드
대학에는 '핵심기술 전공' 태부족
최근 만난 한 블록체인 프로젝트 관계자는 이같이 토로했다. 특히 소프트웨어(SW) 개발자가 부족하다. 메인넷(독립된 블록체인 네트워크)이나 가상화폐(암호화폐) 거래소 시스템 운영에 가장 필수적인 전문인력이 개발자다.
때문에 “나보다 연봉을 더 주고서라도 괜찮은 개발자를 모셔오고 싶다”는 중소기업 최고경영자(CEO)가 한둘이 아니다. 정보기술(IT) 기반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중에선 핵심개발자 연봉이 창업자나 사장보다 높은 경우도 적지 않다. 재택근무, 근무시간 등 근무여건을 개발자가 원하는 대로 맞춰주기도 한다.
3일 IT 업계에 따르면 4차산업 육성을 강조하는 추세에도 이처럼 현장은 인력난에 허덕이고 있다. 수요에 비해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블록체인 클라우드(가상 저장공간) 등 4차산업 핵심기술 인력풀(pool)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수요 급증을 인력 공급이 못 따라가고 있다. 개발자 커뮤니티 디허브의 이동재 대표는 “몇 달 학원에서 코딩 배운 정도의 ‘무늬만 개발자’도 적지 않다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세부 전문성을 갖춘 개발자 양성도 쉽지 않다. 기업 입장에선 ‘범용 개발자’로는 즉시 가려운 데를 긁을 수 없다. 구글코리아는 지난달 콕 집어 ‘AI 개발자’를 연간 1만명씩 길러내겠다고 밝혔다. 예컨대 아마존웹서비스(AWS)는 클라우드 환경에 걸맞은 개발자를, 블록체인 업체는 탈중앙화 시스템 속성을 잘 이해하고 구현할 수 있는 개발자를 원한다.
클라우드는 신라대 클라우드/빅데이터전공 1개, 블록체인은 학부 개설 전공 없이 대학원 과정 5개가 전부다. 통계학과와의 연관성이 높아 학과 개편 등을 통해 개설이 쉬운 빅데이터 관련 전공은 40개 이상으로 그나마 많은 편이다.
대학들은 컴퓨터공학·전자공학·SW 관련 학과 등 기존 전공에서도 4차산업 인력을 양성한다고 보지만 현업 시각은 다르다. 해당 분야 신기술 이해도가 높은 맞춤형 인력을 요구했다. 업계 관계자는 “기술이 급변하고 있다. 이론보다 실무에 초점을 맞춰 대학이 더욱 유연해지고 빨라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기존 교육과정에 얽매이지 않는 ‘마이크로 디그리(Micro Degree)’ 개설 등 타깃형·스팟형 인력양성을 강화하자는 제안도 나왔다. 익명을 요청한 일반대 보직교수는 “대학이 유행 따라 학과 개설한다며 색안경 끼고 보는 인식부터 바꾸자. 4차산업 키운다고 말만 할 게 아니라 손쉽게 관련 전공을 개설·개편할 수 있도록 풀어줘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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