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블록체인 시장이 대기업 중심으로 재편됐다. 사진=게티이미지
국내 블록체인 시장이 대기업 중심으로 재편됐다. 사진=게티이미지
국내 대기업들이 연이어 블록체인 사업에 진출하며 시장 지형을 바꾸고 있다. 스타트업 위주였던 블록체인 시장이 대기업 중심으로 재편하는 모양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SK C&C는 최근 블록체인 플랫폼 '체인Z'를 출시했다. 하이퍼레저 패브릭 기반 프라이빗 블록체인에 리플 기반 가상화폐(암호화폐) 지급결제 시스템을 갖췄다. 기업 업무에 최적화된 블록체인 플랫폼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지역화폐·상품권 시장도 공략한다는 구상이다.

SK C&C까지 블록체인 플랫폼을 선보이며 시스템통합(SI) 대기업 3사가 모두 블록체인 비즈니스에 뛰어들게 됐다.

앞서 삼성SDS는 블록체인 플랫폼 '넥스레저'를 자체 개발하고 관세청과 하이퍼레저 기반 물류 서비스도 내놨다. 네덜란드 로테르담항에선 이더리움 기반으로 물동량 관리 시스템을 개발했다. 서로 다른 블록체인 플랫폼을 연결하는 '딜리버' 플랫폼도 선보였다. ASK수출협의회와 함께 수산물 이력관리 시스템도 구축해 개념검증(PoC)을 마친 상태다.

LG CNS 역시 자체 블록체인 '모나체인'을 출시하고 한국조폐공사 블록체인 플랫폼 사업을 진행, 최근 개발을 완료했다. 이 기술력을 바탕으로 국내외 엔터프라이즈(기업)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LG CNS는 하이퍼레저와 금융 특화 컨소시엄 R3, 이더리움 기업 연합(EEA)과 파트너십을 맺으며 국내 대기업 중 유일하게 '글로벌 3각 공조체제'를 구축했다.
SK㈜ C&C의 블록체인 플랫폼 체인Z 구성도.
SK㈜ C&C의 블록체인 플랫폼 체인Z 구성도.
이들 SI 3사 블록체인 비즈니스의 초점이 엔터프라이즈 환경에 맞춰진 데 비해 다른 대기업들의 무게중심은 소비자 시장 쪽이다. 소비자가 직접 쓸 수 있는 블록체인 생태계에 집중하는 이유다.

현대차그룹 글로벌 물류기업 현대글로비스와 정보기술(IT) 전문기업 현대오토에버는 블록체인 기술기업 블로코와 손잡고 중고차 생애관리 서비스를 준비 중으로 파악된다. 위·변조가 어려운 블록체인에 중고차 정기검사 결과와 정비 이력을 등록 및 관리해 정보 비대칭 문제를 해소하겠다는 복안이다.

SK텔레콤LG유플러스, 코인플러그, 해치랩스 등과 협력해 블록체인 기반 모바일 신분증 생태계 조성에 나섰다. 모바일 신분증은 전화번호 바탕으로 신원을 간편히 증명하는 시스템이다. "이를 바탕으로 각종 증명 발행, 스타트업 투자 등 신원증명이 필요한 모든 분야에서 실제로 체감할 수 있는 서비스를 선보이겠다"고 했다.

서비스형 블록체인(Baas) 플랫폼에 집중한 KT는 전문 개발자나 대규모 초기투자 없이도 기업들이 블록체인 서비스를 구축, 사용할 수 있게 해주는 클라우드 서비스를 내놓았다. 지난 1월 사내 서비스에 적용했고 최근 외부 서비스도 시작했다.
KT는 지난 1월 클라우드 기반 서비스형 블록체인(BaaS) 플랫폼을 구축해 최근 외부 서비스를 시작했다.
KT는 지난 1월 클라우드 기반 서비스형 블록체인(BaaS) 플랫폼을 구축해 최근 외부 서비스를 시작했다.
카카오는 블록체인 자회사 그라운드X와 관계사 두나무를 통해 블록체인 분산형 애플리케이션(디앱·dApp) 개발부터 유통 서비스까지 원스톱 생태계 조성에 주력하고 있다. 카카오는 메신저 카카오톡에 그라운드X의 메인넷 '클레이튼'을 적용해 가상화폐(암호화폐) 지갑을 탑재하고 디앱도 연결할 계획이다.

네이버는 일본에서 비즈니스를 전개하고 있다. 자회사 라인을 통해 링크체인을 개발하고 5개 디앱을 현지에서 서비스하고 있다. 외부 기업도 참여할 수 있게끔 상반기 중으로 링크체인을 개방할 방침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자금력이 풍부한 대기업들이 기술 확보, 초기 시장 선점을 위해 스타트업과 적극 협력하는 양상으로 보인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아우르는 블록체인 생태계가 갖춰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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