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친일재산을 환수해 독립유공자 후손에게 보상금 형태로 나눠주겠다고 했지만, 보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빈곤한 독립유공자 후손들에게 큰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의 국가귀속에 관한 특별법(친일재산귀속법)’에 따르면 국가는 환수재산을 민간에 팔아 기금을 만든 뒤 독립유공자와 후손을 지원해야 한다. 그러나 친일재산 환수에 어려움이 적지 않은 데다 친일재산을 매각해 현금화하는 과정도 지지부진하다.

환수한 친일재산 21%만 현금화

親日재산 환수 '느림보'…독립유공자 보상 '부진'
친일재산귀속법은 2005년 제정됐다. 국가 침탈이 시작된 러·일전쟁 개전부터 광복일인 1945년 8월 15일까지 일제에 협력한 대가로 취득한 재산 등을 국가가 귀속한다는 내용이다. 이를 상속받거나 친일재산임을 알면서 증여받은 재산도 포함된다.

1일 국가보훈처에 따르면 정부는 이 법을 통해 지난해 말까지 총 1075만8000㎡ 규모의 토지 1430필지를 환수했다. 공시지가 기준으로는 994억1400만원 상당이다. 국가가 친일 후손 등을 상대로 총 142건의 소송을 제기해 124건에서 승소한 결과다. 패소는 15건 있었다.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인 3건을 제외하면 승소율은 89.2%에 달한다.

하지만 실제로 매각이 이뤄진 땅은 673필지 225만6000㎡(21.0%)뿐이다. 이를 통해 확보한 현금은 공시지가 기준 372억3400만원(37.4%)에 불과하다. 애써 친일재산을 환수했지만 독립유공자 지원을 위한 재원이 제대로 확보되지 않고 있다. 토지 중에서 임야 등 잘 팔리지 않는 땅이 많은 것이 이유로 분석된다. 정부 관계자는 “임차료를 내고 살고 있던 사람들을 내보내지 못하는 문제도 있다”고 털어놓았다.

이를 감안하더라도 법 시행 이후 15년 동안의 활동 결과물로는 지나치게 적은 액수라는 비판이 나온다. 작년 한 해 동안 독립유공자 본인과 후손 등에게 국가보훈처가 지급한 보상금 총 규모는 945억여원이었다. 이에 대해서도 지나치게 보상 대상이 협소하고 액수도 적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제3자 양도 등으로 환수도 어려워

친일재산 환수 작업의 어려움도 있다. 친일파 후손들 명의로 해당 재산이 남아 있는 경우가 드물고 제3자에게 권리관계가 양도된 사례가 대부분이라 추적과 입증이 힘들기 때문이다. 실제로 2006년부터 4년 동안 활동했던 친일재산환수위원회는 이완용 명의로 파악된 부동산의 0.05%에 해당하는 토지 1만928㎡만 환수할 수밖에 없었다.

친일재산환수위원회 위원을 지낸 박영립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는 “친일행위를 통해 얻은 재산이 아니라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선산’이라고 반박할 경우 친일재산임을 입증해야 했지만 자료 부족 등으로 한계가 있었다”고 말했다.

친일파 후손들의 반발에 부딪혀 국가가 소송에서 지는 경우도 있다. 지난해 정부는 민영휘의 후손과 서울 세곡동 땅 1492㎡를 두고 법적 다툼을 벌였으나 1심에서 패소했다. 법원이 해당 토지를 친일행위로 얻었다고 볼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 사건은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이인혁/정의진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