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영관 전외교 "과거와 다른 평가 기준" 제언
'종전선언과 연락사무소, 영변핵시설 해체와 핵물질 생산동결, 단계적 제재완화' 제시


북미 간 하노이 정상회담 결과의 성패 판단은 공식적인 평화 정착, 비핵화, 그리고 북한 체제의 잠재적 변모 등 3가지 목표와 이를 향한 "되돌릴 수 없는 진전"이 있었느냐를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윤영관 전 외교장관이 제언했다.
"하노이회담 성패 평가는 평화·비핵화·개방을 기준 삼아야"
윤 전 장관은 27일(현지시간) 다양한 세계 사안들에 대한 논평과 분석을 수집, 배포하는 비영리 매체 '프로젝트 신디케이트'에 기고한 글에서 "하노이 회담을 과거의 기준으로 판단하면 성공이 실패로 오인될 수도 있다"며 "더욱 광폭의, 더욱 포괄적인 평가 틀"을 채택할 것을 주장했다.

그는 이러한 평가 틀을 구체적으로 설명하지는 않았으나 "지난 25년간 성공하지 못한 (북핵) 외교가 가르쳐 준 게 있다면 비핵화는 우선 미국과 북한 간 적대의 종식 없이는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라고 말했다.

이는 '선 비핵화 후 평화'의 기존 접근 틀과 다른 `평화와 비핵화의 병행' 접근 틀을 주장한 것이다.

`공식적인 평화 정착'을 위한 불가역적 진전으로, 윤 전 장관은 "최소한, 한국전의 종언을 선언하는 공동성명"을 들고 그렇게 되면 미국과 북한이 각각 평양과 워싱턴에 연락사무소를 설치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평화선언에 대해 일부에선 한국과 미국 간 동맹을 약화할 것이라고 우려하지만 "양국이 동맹의 미래 비전을 공유하는 한, 평화선언이 불확실성의 원천이 아니라 안정의 원천이 되도록 보장하는 방책들을 취할 수 있을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거의 70년에 이르는 한미동맹은 `비핵화하고 평화적인 북한'으로 조성되는 새로운 국제환경에 적응할 수 있을 만큼 탄력성이 있다"는 것이다.

`비핵화를 향한 진전' 기준으로, 윤 전 장관은 `국제 사찰단의 감독하 영변 핵단지의 해체'를 들고, 일부 전문가들은 이 시설들이 이미 노후화해서 아무런 가치가 없다고 주장하지만, "북한 핵 프로그램의 핵심으로…중차대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국제 감시하의 영변 핵시설 해체는 또 "앞으로 다른 숨겨진 시설들의 (해체를 위한) 중요한 선례가 될 것"이라고 그는 지적했다.

여기에 더해 핵물질 생산의 동결과 앞으로 핵 협상 일정에 대한 합의까지 이뤄지면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비관론자들도 하노이 회담이 성공작이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그는 풍계리 핵 시험장과 동창리 미사일 엔진 시험장의 해체를 검증하기 위한 국제 사찰단을 김 위원장이 "곧" 초청할 것이라고 많은 이들이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북한 정권 자체의 변모를 위한 진전 조치로, 윤 전 장관은 "앞의 두 기준이 충족되면 김 위원장이 권위주의형 개발 모델로 점진적으로 움직이는 여건이 마련될 것"이라며 남북 공동사업에 대한 제재 면제를 비롯해 북한의 비핵화 조치들에 상응하는 대북 경제 제재 완화를 성공 지표로 기대했다.

그는 이미 북한 내에선 신흥부자들인 '돈주'들로 인해 북한 정치경제의 역학이 바뀌고 정권과 주민간 관계도 새로 형성되고 있다고 상기하고, 북한 체제의 전환 여부는 "크게, 김 위원장이 중국 덩샤오핑의 개혁개방의 길을 따라 가도록 미국과 다른 부유한 나라들이 돕느냐에 달렸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