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철살IT] '미세먼지 앱' 믿어도 될까요? 측정기와 비교해봤더니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미세먼지 저감 및 관리에 관한 특별법’(미세먼지 특별법)이 15일부터 시행된다. 고농도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 발령을 위한 법적 근거가 마련됐고 미세먼지 간이측정기 성능인증제도가 도입된다. 국무총리 소속 민·관 합동 미세먼지 특별대책위원회도 발족했다.
범정부 차원에서 문제 해결에 팔을 걷어붙였지만 “이제야?”란 생각이 들 만큼 ‘국민적 노이로제(신경증)’로 떠오른 미세먼지. 그 정도를 실시간 확인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앱·응용프로그램)은 이미 필수 앱이 되어버렸다. 휴대폰에 깔아둔 앱이 미세먼지 ‘최악’이란 알람을 보내오면 숨이 턱 막히곤 한다.
문득 의문이 들었다. 미세먼지 앱은 믿을 만한 걸까? 검은색 바탕에 방독면을 쓴 ‘최악’이나 빨간색 바탕에 뿔난 형상인 ‘매우 나쁨’ 같은 앱의 시각적 이미지에 사실 멘붕(멘탈 붕괴)부터 왔지, 구체적인 미세먼지 수치가 얼마고 어떻게 측정하는지는 잘 모르고 있었다. 포털 앱을 볼 때도 마찬가지다. 표시되는 미세먼지 ‘좋음’·‘나쁨’ 등 대략적 수준만 확인하는 정도였다.
그래서 직접 휴대용 간이측정기로 PM 2.5 농도를 잰 뒤 앱과 비교해봤다. 미세먼지 수치가 어떻게 산출되는지, 또 정확하게 나오는지 알아보기 위해서다. 앱과 측정기는 사용자가 많은 ‘미세미세’와 ‘어웨어 민트’를 각각 선정해 비교했고 네이버 앱에 표시되는 미세먼지 수치도 참조했다.
미세미세 앱은 스마트폰 사용자의 GPS(위성위치확인시스템) 실시간 위치정보 기반으로 가까운 대기측정소 기준 미세먼지 농도를 알려준다. 현 위치가 서울 여의도라면 가장 근접한 영등포구 측정소 관측 수치가 제공되는 식이다. 메인 화면에는 PM 2.5(초미세먼지)와 PM 10(미세먼지)의 통합수치가 표시된다.
메인 화면 이미지만 확인한 뒤 앱을 닫던 평소와 달리 하단에 조그맣게 표시된 수치를 눈여겨봤다. PM 2.5와 PM 10의 수준 및 관측 수치가 표기됐다. 화면을 터치해 밑으로 내리면 시간별·일별 예보가 나오고 최하단에서는 △업데이트 시간 △PM 2.5 측정소 △PM 10 측정소 △측정소 분류 △최근 24시간 평균 통합지수 및 상태 등의 세부 정보를 알 수 있다. 지난 13일 오후 1시30분경 서울지하철 양재역 인근 도로변(강남구 도곡1동)에서 미세미세 앱을 확인하니 PM 2.5는 13㎍/㎥였다. 곧바로 휴대용 측정기를 켜 약 1분 간격으로 5~6차례 실측했다. 잴 때마다 조금씩 달라져 10~13㎍/㎥ 수준으로 나왔다. 앱과 측정기의 수치는 비슷한 데 비해 네이버 표기 수치는 18㎍/㎥로 조금 차이 났다.
같은날 오후 4시쯤 시청역 인근 도로변(중구 소공동)으로 이동해 미세미세 앱을 확인했다. PM 2.5 수치는 14㎍/㎥, 이번엔 네이버도 똑같이 나왔다. 측정기로 잰 농도 역시 12~13㎍/㎥로 큰 차이 없었다. 비교적 차이가 난 것은 지하철역 안팎이었다. 시청역 안에서 측정기를 켰더니 20㎍/㎥ 내외가 나왔다. 근처 실내공간(스타벅스 커피)으로 들어가 측정기로 재니 9㎍/㎥ 정도였다. 작다면 작고 크다면 큰 차이지만 수치가 똑같지는 않았다. 측정 방식과 위치 차이 때문으로 풀이된다.
앱은 미세먼지 수치 제공 정보에 대해 “한국환경공단(에어코리아)과 기상청에서 제공하는 실시간 관측 자료이며 실제 대기농도 수치와 다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주변 대기측정소 관측치를 가져온다는 얘기다. 네이버도 유사한 방식을 택했다. 반면 측정기는 내장 센서를 활용한다. 측정소의 경우 미세먼지 ‘무게’를 재는 방식, 측정기는 미세먼지 ‘숫자’를 세는 간접방식이라 할 수 있다.
대기측정소와 같은 위치에서 휴대용 측정기로 미세먼지를 재면 과연 수치가 똑같이 나올지도 궁금했다. 실제 중구 측정소가 있는 서울시청 서소문청사 3동을 찾아갔다. 덕수궁 돌담길과 마주한 이 건물 옥상에 측정소가 자리하고 있다. 측정소 관측치를 가져다 쓰는 미세미세·네이버 앱의 PM 2.5 농도는 14㎍/㎥, 건물 현관 앞에서 잰 측정기 수치 역시 13~14㎍/㎥로 나왔다.
경우에 따라 미세먼지 수치 차이가 나는 이유는 뭘까. 1980년대부터 미세먼지 문제를 연구해온 장재연 아주대 예방의학교실 교수(재단법인 숲과나눔 이사장)는 “차이가 나는 게 당연하다”고 설명했다.
우선 ‘평균치’와 ‘특정 시점 측정치’의 차이를 꼽았다. 장 교수는 “대기측정소에서 제공하는 수치는 시간대별 관측 평균치고 휴대용 측정기는 어느 순간에 재는 것이라 단순비교가 어렵다”면서 “동일 기준으로 비교하려면 휴대용 측정기도 한 시간 내내 측정해 평균치를 내는 방식이 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위치 차이도 요인으로 꼽았다. 대기측정소는 특정 오염원이나 이동하는 오염원 영향을 많이 받아 측정값 변동이 큰 곳은 피하는 게 원칙이다. 따라서 측정소는 ‘도로변 대기’를 측정하는 몇몇 경우를 제외하면 지표면과 어느정도 거리가 있는 높이에 설치된다. 일상생활에서 휴대용 측정기로 재는 수치와는 다소 차이 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측정소 간에도 편향(bias)이 발생할 여지가 있다. 2016년 12월 기준 ‘대기오염 측정소 운영 현황’에 따르면 측정소는 전국에 510곳, 이중 도로변 대기 측정소는 37곳 운영된다. 차량 통행이 많은 도로변 대기는 상대적으로 미세먼지 농도가 높다. 때문에 미세먼지 앱이 수치를 제공하는 해당 측정소가 ‘도시 대기’냐, ‘도로변 대기’냐에 따라 착시효과가 생길 수 있다.
“도곡1동의 경우 도로변 대기 측정소예요. 일반적인 곳보다는 미세먼지가 높게 나오겠죠? 미세먼지 앱이 이같은 맹점을 반영해 정보를 제공하는지 의문입니다. PM 2.5와 PM 10 비율을 2:8에서 5:5로 바꾼다는데 그것도 근거가 없어요. 제대로 된 검증을 거치지 않고 자의적으로 기준을 설정하는 거죠.”
그러면서 장 교수는 “미국의 ‘민감군 나쁨’ 구간(155~254㎍/㎥), 사실상 ‘보통’ 수준의 PM 10 수치가 우리나라에선 ‘매우 나쁨’에 해당할 만큼 기준이 높게 설정됐다. 이런 점들을 감안하면 미세먼지 앱을 실시간 확인하거나 휴대용 기기로 측정해가며 지나치게 불안해할 필요는 없다”고 조언했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영상=조상현 한경닷컴 기자 doytt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