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재연 아주대 교수는 "정부가 '중국발 미세먼지 영향이 압도적'이란 프레임을 재점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사진=최혁 기자
장재연 아주대 교수는 "정부가 '중국발 미세먼지 영향이 압도적'이란 프레임을 재점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사진=최혁 기자
주5일 동안 3일. 출·퇴근 시간 대중교통 무료운행이 골자인 ‘서울형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세 번째 발령된 지난 18일 장재연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사진)를 만났다. 그는 운동가면서 전문가(아주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다. 지하철역에 내려 서울시청을 흘끗 보고는 인터뷰 장소로 향했다. 마스크 쓰고 종종걸음 친 탓인지 질문이 좀 삐딱하게 나왔다.

- 효과가 있기는 한 건가.

“거의 없다. 하루이틀 요금 공짜라고 자가용 출·퇴근하던 사람이 버스나 지하철 타겠나. 원래 대중교통 이용하던 사람이야 기분 좋겠지만.”

- 평소보다 도로 교통량이 0.3~1.73% 줄긴 했다.

“그 정도는 오차범위 안이라고 봐야지. 서울시 조치로 인해 교통량이 줄었다고 하기도 민망한 수치다. 인과관계로 설명하기는 더 어렵고.”

- “1%도 의미 있다”고 하던데.

“50억원씩 150억원이 투입됐는데 시민들도 그렇게 생각할까. 교통량 줄이자는 데는 동의한다. 미세먼지 높은 날에 딱 맞춰 줄이려는 ‘방식’이 잘못됐다는 거지. 미봉책이다. 좀 가혹하게 얘기하면 쇼다. 1%란 수치가 작아서 문제라는 게 아니다. 근본적 해결책이 아니고 누적 효과도 없으니까 문제인 것이다.”

- 비상조치 첫 날인 15일은 미세먼지 ‘보통’ 수준이더라.

“비상조치를 내렸는데 정작 미세먼지 예보가 빗나갔다. 사람들이 갸우뚱했다. 맞지도 않는 모델링으로 망신을 자초한 측면이 있다. 시민들이 자가용 놔두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불편을 감수하려면 첫째 정확해야 하고, 둘째 효과가 커야 한다. 일단 이 대목에서 실패했다.”

- 서울시는 “늑장대응보다는 과잉대응이 낫다”는 입장이다. 미세먼지에 대한 경각심 상승 같은 ‘비가시적 효과’도 꼽았고.

“그것도 효과가 있어야 먹히는 건데. 변명 같이 들리지 않겠나. 프랑스 파리 사례를 참고한 걸로 보인다. 취지는 좋은데 잘 들여다봐야 한다. 우리와 조금 다르다. 파리는 미세먼지 심한 날 2부제 등 개인 차량 운행을 못하도록 했다.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 시민들이 반발하니 대중교통 무료 조치가 나왔다. 교통량을 줄이는 전자가 핵심이고 후자는 파생된 거다. 프랑스식 대책도 효과가 별로 없었다. 후자에 초점을 맞춘 서울시 대책은 효과가 더 미미할 수밖에….”
"대중교통 무료, 미세먼지 저감효과 없다" 환경전문가도 지적
서울형 비상저감조치는 당일 초미세먼지(PM2.5) 평균 농도가 ‘나쁨’(51~100㎍/㎥), 다음날도 나쁨 이상으로 예상될 때 발령된다. 실효성 논란을 빚는 이유가 있다. 평상시 국내 미세먼지의 30~50%, 고농도일 때는 60~80%가 국외 영향이라는 게 정부 설명이었다. 이를 토대로 계산하면 비상조치가 내려질 만큼 미세먼지가 심한 날 국내 요인은 20~40%, 그중 자동차 영향을 3분의 1로 잡아도 전체의 7~13% 수준에 그친다. 대중교통 뒷받침과 차량 2부제 실행이 완벽하다는 전제 하에 기껏 미세먼지 3.5~6.5%를 줄일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 따져보니 효과가 미미할 수밖에 없겠네.

“‘거봐, 중국 때문이잖아. 우리가 아등바등 해봐야 무슨 소용 있어.’ 다들 그렇게 생각하지 않겠나. 고농도 미세먼지의 최대 80%가 국외, 대부분 중국 탓이라는 대전제부터 정밀 점검해야 한다. 정말 80%가 국외 요인이라면 사실상 비상조치 의미가 없는 거니까.”

- 미세먼지 문제는 도돌이표처럼 “이게 다 중국 때문”이란 얘기로 돌아온다.

“중국 요인이 80%라고 단정 짓는 건 말이 안 된다. 바다를 끼고 거리가 있어 물리적으로 불가능에 가까운 수치다. 중국발 미세먼지는 ‘공습’하는 것처럼 몰려오는 게 아니다. 미세먼지가 갑자기 높아지는 직접적 요인은 대기 정체다. 구분해서 봐야 한다.”

장 교수는 서울시의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는 효과가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 사진=최혁 기자
장 교수는 서울시의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는 효과가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 사진=최혁 기자
- 왜 중국 탓이라 생각하게 됐을까.

“정부가 만들어놓은 프레임 때문이다. 중국 요인이 본격적으로 언급된 시점을 약 5~6년 전으로 기억한다. 1980년대부터 정부 차원에서 먼지를 관리해왔다. 미세먼지란 용어는 없었어도 ‘총부유분진’ 등으로 불렀다. 화석 연료나 자동차, 공장 등에 저감 장치를 달고 감시·관리하면서 미세먼지를 줄여왔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 들어 삐끗 했다. 기업 규제 완화 바람이 불면서다. 일부 연구자도 중국발 미세먼지를 거론하면서 국외 영향 쪽으로 확 쏠렸다.”

- 갑자기?

“그렇다. 국외 영향에 중국만 있겠나. 북한·일본·몽골도 영향을 준다. 영향을 받는 것만 주로 얘기하는데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에 영향을 주기도 한다. 기본적으로 중국 미세먼지에 대한 정확한 데이터가 부족하다. 모델링으로 추정하는 건데 모델 자체가 정교하지 않다. 중국 요인은 크게, 국내 요인은 작게 나오도록 모델이 설계된 면이 있다.”

- 어떤 점이 정교하지 않다는 건가.

“미세먼지 배출량이나 기상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는 게 우선이거든. 특히 풍속·풍량 예측이 매우 중요하다. 사실 태풍 경로 같은 엄청나게 큰 것도 예보가 정확하지 않은 실정이다. 이처럼 대기 현상은 워낙 복잡해 맞추기가 어렵다.”

- 모델링은 어떻게 이뤄지나.

“예를 들어 연료 사용량이 100톤이라면 배출 계수를 곱해 5톤, 시간당 나눠 하루당 얼마 식으로 큰 덩어리를 파악한다. 여기에 인구 비례, 도로 통행량 등 요인을 추가한다. 기상 상태도 감안해 확산 정도를 계산한다. 거리가 멀수록 확산되면서 농도는 희석되겠지. 수평·수직 확산 계수를 넣는다. 대략 이렇게 모델링한다. 어마어마한 불확실성을 단순화하고 있는 거지.”

- 불확실해도 예측은 해야지.

“하지 말라는 게 아니라 원칙을 말하는 것이다. 모델링은 평균에 수렴하는 장기 예측작업이 돼야 한다. 연간 단위로 파악한 뒤 일간 단위는 약간의 변수와 요소를 감안해 예보하는 게 맞다. 지금처럼 ‘오늘은 국외 영향이 80%, 내일은 70%’ 식으로 예측하는 건 어불성설이다.”
장 교수는 "평상시 대책을 잘 세우는 것이 진짜 미세먼지 대책"이라고 강조했다. / 사진=최혁 기자
장 교수는 "평상시 대책을 잘 세우는 것이 진짜 미세먼지 대책"이라고 강조했다. / 사진=최혁 기자
비상조치도 효과가 미미하고 중국 탓도 생각처럼 크지 않다면 딱히 방책이 없는 것 아닌가. 답답해졌다.

- 뭘 어떻게 해야 할지….

“초점을 잘 잡자. 미세먼지가 심한 날 비상조치가 아니라 평상시 대책을 제대로 세워야 한다. 3일간 대중교통 무료보다는 그 돈 150억원으로 인프라를 개선해 대중교통으로의 유인 효과를 내는 게 낫다. 자가용보다 대중교통으로 출·퇴근하는 게 편하고 빠르면 교통량은 자연히 줄어든다.”

- 병을 발견한 뒤 손쓰는 것보다 예방이 중요하다는 거구나.

“박원순 시장은 좀 억울할 거다. 선의를 갖고 노력한 것 맞다. 단 사안 판단이 아쉽다. 참모진이나 전문가들 조언을 박 시장이 편식했을 가능성이 있다. 하루 50억원씩 들어갈 돈이 몇 년 쌓이면 수천억원 된다. 그 돈을 평소 대중교통 인프라 개선에 투입하면 표시는 덜 나도 실제 미세먼지 저감 효과는 커진다.”

- 그래도 미세먼지 심한 날 집중대책은 필요하지 않을까.

“1년 중에 대기 순환 안 되고 정체되는 날이 며칠은 있게 마련이다. 그런 날 미세먼지 농도가 평소보다 5배쯤 높아진다고 보면 된다. 역으로 생각하자. 평상시 20㎍/㎥ 정도라면 심한 날 미세먼지가 100㎍/㎥, 보통 40㎍/㎥이라면 200㎍/㎥까지 오르겠지. 평소 관리 잘하면 고농도인 날도 문제가 덜하다.”

- 평상시 대책의 포인트는 뭔가.

“기본을 지키는 것이다. 대기 오염은 뭔가를 태우는 데서 나온다. 자동차, 공장, 난방 등이 주요 발생원이다. 직접 배출뿐 아니라 대기 중에서 2차 미세먼지를 형성하는 질소산화물(NOx) 등도 미세먼지에 포함된다. 평소 차 운행 줄이고 열효율 높여 난방 수요 낮추는 따위가 모두 저감 대책이다.”

- 기본을 지키는 게 실은 가장 어렵다.

“박근혜 정부는 이 문제에 거의 손 놓다시피 했다. 다행히 문재인 정부는 2022년까지 미세먼지 30% 감축 방침을 세웠다. 이행이 중요하다. 특별한 묘책은 없다. 우직하게 줄여나가야 한다. 해외 선진국들이 다 그랬다.”

- 중국 문제는 어떻게 봐야 하나.

“중국 탓 프레임을 정부 스스로 깨야지. ‘고농도 중국 영향 80%’를 공식화해 백약이 무효인 상황을 만들었다. 정부와 학계, 일부 환경운동가까지 암묵적 카르텔을 형성하지 않았나 싶다. 오판이라면 과감히 뒤집어야 한다. 그나마 평소 중국 영향이 30~50%라니까 국내 요인도 50~70%는 있다는 인식이 생겼다. 그래야 시민들도 미세먼지 대책에 동참하지 않겠나.”

간단 요약. 고농도 미세먼지에만 초점을 맞춘 비상대책은 효과가 없다. 중국 요인 프레임은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평상시 미세먼지를 줄이는 게 진짜 대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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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사진=최혁 한경닷컴 기자 choko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