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의 셀트리온을 만든 것은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의 과감한 결단과 도전정신이다. 서 회장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친 2009년 의약품수탁생산(CMO) 사업을 접고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개발에 뛰어들었다. 2공장 투자도 이때 결정했다.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했다. 바이오시밀러는 누구도 시도하지 않았고 아무도 성공한 적이 없는 영역이었다. 셀트리온은 세계 최초의 항체 바이오시밀러 ‘램시마’에 이어 지난해 ‘트룩시마’와 ‘허쥬마’까지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 관문을 통과했다. 한국인의 근성으로는 못할 게 없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서 회장은 올해 또 다른 도전을 한다. 글로벌 의약품 직접판매 사업이다. 국내 제약·바이오회사 중 해외 선진국 시장에 직판 유통망을 갖춘 곳은 없다. 현지 파트너사가 40%가량의 유통 수수료를 받고 의약품을 판매해준다. 수수료를 절감해 가격 경쟁력을 높이고 국산 의약품의 해외 진출 길을 열겠다는 게 서 회장의 계획이다.

직판체제를 구축하면 셀트리온은 총 5단계의 성장 로드맵을 완성한다. 자체 기술력을 확보해(1단계) 바이오시밀러와 합성의약품을 개발하고(2단계) 글로벌 임상 및 허가로 제품을 상업화(3단계)하는 역량은 이미 확보했다는 평가다. 올해는 정맥주사 형태인 램시마를 피하주사 제형으로 개발한 램시마SC로 한 단계 도약한다는 목표다. 원가 경쟁력을 갖춘 아바스틴 바이오시밀러(CT-P16)와 고농축 제형인 휴미라 바이오시밀러(CT-P17) 등 2030년까지 자가면역질환, 항암 등 총 21개 바이오시밀러 파이프라인(후보물질)을 구축할 계획이다. 4단계인 생산기지 다원화를 위해선 인천 송도에 1공장(10만L), 2공장(9만L)에 이어 3공장(12만L)을 증설한다. 24만L 규모의 해외 공장 건설도 검토하고 있다.

서 회장은 여기에 머무르지 않고 의료기기 분야로 영역을 확장해 토털 헬스케어 기업을 꿈꾸고 있다. 인공지능(AI) 원격진료와 U-헬스케어 사업 등 4차 산업혁명에도 대비하고 있다. 의료기기업체 인수도 검토 중이다. 서 회장은 “은퇴한 뒤에는 두 아들이 이끄는 지주회사 셀트리온홀딩스에 리스크가 큰 미래 사업을 맡기려고 한다”며 “2030년까지 먹거리는 완성해놨으니 미래를 위한 씨앗을 뿌리는 게 내가 할 일”이라고 말했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