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적인 전망이 곳곳에서 나오자 국내 증시는 작은 충격에도 출렁이고 있다. 대외 악재에 20∼30포인트 급락했다가, 잠잠해지면 다시 5∼10포인트 찔끔 오르기를 반복하며 우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코스피지수는 2.79%, 코스닥지수는 6.94% 하락했다. 주도업종도, 뚜렷한 방향성도 없이 미국·중국 등 글로벌 증시의 움직임과 무역분쟁 등 대외 변수에 따라 관망세가 이어지는 모습이다.
증권가에서는 연말 랠리에 대한 비관론이 확산되고 있다. 대내외 악재로 투자심리가 얼어붙으면서 전문가들은 "올해도 산타랠리는 사실상 물 건너 갔다"며 전반적으로 회의적인 의견을 내놓고 있다.
김예은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12월 시장은 주요 이벤트로 인해 시장에서 기대하는 산타랠리가 나타나기 힘든 상황"이라며 "미국과 중국의 갈등은 다소 완화됐으나 글로벌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며 지수에 하락 압력을 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굵직한 이벤트가 줄줄이 대기하는 것도 비관론을 키우는 주된 요인이다. 오는 19~20일 예정된 FOMC)가 올해 4번째로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 증시에 부담을 주고 있다. 제롬 파월 의장이 지난달 연설에서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출 수 있다고 시사하면서 Fed의 다소 완화적인 스탠스를 예상했으나 이후 Fed 관계자의 발언으로 분위기가 반전되는 모양새다.
김 연구원은 "투표권이 있는 Fed 위원들의 발언을 보면 경제 지표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진 것을 알 수 있다"며 "이는 점진적인 금리인상 기조는 이어가지만 글로벌 경기 둔화가 예상되는 만큼 지표를 확인한 뒤 기조를 변경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Fed가 이번 회의에서 의미있는 수준으로 점도표 및 경제 전망을 하향 조정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파월 의장이 경기 둔화를 고려해 점도표를 하향 조정했다고 발언할 경우 금리인상 속도 완화에 대한 긍정적인 영향보다는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부각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단기적으로 주식시장이 하락 압력을 받을 수 있다는 판단이다.
미·중 경기둔화 우려와 영국의 브렉시트 불확실성 등도 증시를 압박하고 있다. 증시 상승 기대감은 접고 리스크 관리에 나서야 한다는 당부가 나오는 상황이다. 주식 투자에 임할 것이라면 경기민감주보다 상대적으로 안전한 경기방어주에 관심을 유지하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저가 매력이 돋보이는 종목으로 선별해 나가는 대응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유틸리티와 음식료, 통신, 건강관리로 분류되는 경기방어주가 관심 대상”이라며 “실제로 거시경제 환경의 불확실성 확산으로 투자심리가 위축된 국면에선 이러한 종목이 강세를 유지했다"고 강조했다.
서정훈 삼성증권 연구원도 "미·중 관계를 비롯한 돌발 악재의 가능성은 연말을 통과하는 동안에도 재차 환기될 확률이 높다"며 "브렉시트와 유럽 재정 이슈 역시 중량감이 적지 않은 체크 포인트"라고 말했다. 이어 "국내 증시의 상대적 밸류에이션 매력은 여전하지만 이익 추정치 감소 구간에 국내 증시가 선전한 이력은 드물다"며 "가격과 가치 매력이 돋보이는 섹터와 종목으로 선별해 나가는 대응이 유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