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1일 고용노동부 내년 업무보고에서 고용 부진을 질타하며 성과를 내라고 주문한 데 따라 고용부는 최저임금 제도를 손보기로 했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 일자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들인 것으로,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속도 조절론’과 맥을 같이한다.

"최저임금, 성장률·물가 반영해 합리적 결정할 것"
고용부는 이날 문 대통령에게 한 업무보고에서 “최저임금 결정의 합리성, 공정성 및 사회적 수용도를 높이기 위해 국제노동기구(ILO) 등 국제 기준을 고려해 결정 기준을 보완하고 최저임금 결정 체계 개선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고용부 관계자는 “최저임금 결정 기준은 법개정 사안으로 현재 기준인 생계비, 유사근로자 임금, 생산성, 소득분배율 외에 경제성장률, 물가상승률, 고용률 등을 반영하는 식의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안다”며 “공익위원 중심의 최저임금 결정 구조도 합리성, 공정성, 사회적 수용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개편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용부는 이 밖에 내년부터 정부의 취업지원프로그램인 취업성공패키지에 참여해야 받을 수 있는 ‘청년구직촉진수당’(월 30만원씩 3개월간 총 90만원)을 개편한 청년구직활동지원금(월 50만원씩 6개월간 총 300만원)을 지원한다. 정부 취업지원프로그램 가입 여부와 상관없이 지원하는 제도로, 서울시가 운영 중인 청년수당과 같은 방식이다. 실업기간에 따라 지원 주체도 달라진다. 졸업·중퇴 후 2년 이내 단기 실업자는 정부가, 3년 이상 장기 실업자는 지방자치단체가 지원한다.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같은 대상에게 각각 지원하는 데 따른 중복 수혜 논란을 감안한 조치다. 청년수당 사업은 서울시와 경기도, 부산시 등 전국 9개 지자체에서 시행 중이다.

고용부는 또 2020년부터 이른바 ‘한국형 실업부조’를 도입하기로 했다. 중위소득 60% 이하 빈곤층이나 중위소득 60~120% 청년(128만 명) 중 구직 의사가 있는 20만~50만 명을 선정해 매월 50만원씩 최대 6개월간 구직촉진수당을 지급하는 제도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