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의 불리한 사업환경을 피해 해외로 떠나는 기업이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다. 그동안은 제조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국내 생산공장 시설 일부를 해외로 돌리는 경우가 많았다. 주로 인건비 급증, 노사분규 부담 등이 이유였다. 최근 들어선 첨단 헬스케어기업들도 이탈 행렬에 동참했다. 겹겹이 쌓인 국내 규제가 가장 큰 이유다.

7일 컨설팅업체인 KPMG가 글로벌 투자 상위 100개 헬스케어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63곳이 한국에서는 사업하기 힘들다고 응답했다. 원격의료 금지, 빅데이터 규제 등이 이들 기업이 꼽은 어려움이었다.

국내 헬스케어업체들도 이런 이유로 해외로 나가려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인핏앤컴퍼니는 자체 개발한 복부지방량 측정기의 국내 출시를 무기 연기했다. 대신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허가 신청을 내고 이르면 내년 하반기부터 아마존을 통해 판매할 계획이다.

한국을 제쳐두고 미국을 선택한 이유는 규제 때문이다. 한국에선 의료기기 허가를 받는 데만 2~3년 걸린다. 미국은 길어야 1년이다.

뇌졸중 환자용 원격진료 시스템을 개발하는 네오펙트도 미국에 의료전문법인 설립을 추진 중이다. 회사 관계자는 “국내에서는 의료정보 공유, 환자 원격상담이 불법이라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같은 추세는 국내 기업의 해외 투자 증가로도 확인된다. 기획재정부가 이날 발표한 ‘3분기 해외직접투자 동향’을 보면 올해 7~9월 해외직접투자액은 131억1000만달러로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33.0% 증가했다. 증가율이 지난해 1분기(61.4%) 후 6분기 만에 가장 높았다. 반면 국내 투자는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임유/서민준 기자 free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