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정 협의체로 협치 틀 마련했으나 여야 '배제의 정치' 재현
거대양당 타협으로 예산안 처리는 초유…선거제 개혁 불투명
상습 보이콧·장외 농성에 민주주의 미성숙 노출 지적도


20대 국회 후반기 첫 정기국회가 7일 오후 본회의를 끝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여야는 이번 국정감사에서 사립 유치원 비리 의혹과 공공기관 채용 비리 의혹을 캐냈고, 5당이 두루 참여하는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를 가동해 다당제 속 협치의 뿌리를 내리는 등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470조5천억원에 달하는 역대 최대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을 두고 여야가 극심하게 대치하다 막바지에 밀실에서 졸속으로 협상을 타결하는 관행을 끊어내지 못했다는 비판도 받는다.

쟁점 법안 처리를 미루고 미루다 회기 종료 직전에 다다라서야 수백 건의 법안을 한꺼번에 밀어내는 구태 역시 반복했다.
막 내리는 정기국회…밀실 예산심사·법안 밀어내기 여전
우선 9월 국회 대정부질문을 전후해 자유한국당 등 야당은 정부·여당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비판하는 데 화력을 집중했다.

고용지표 악화 속에서 수세에 몰린 민주당은 포용성장 개념을 내세우며 흔들림 없는 정책 기조 유지를 역설했다.

여야는 9월 평양공동선언 이후 판문점선언에 대한 국회 비준동의 문제, 한국당 심재철 의원의 비인가 재정정보 유출 사건을 둘러싼 논란 등으로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이어 10월 국정감사에서 민주당은 문재인정부 2년차 개혁 드라이브의 동력을 지키는 데 주력했고, 한국당은 정권 1년 5개월 만에 신(新)적폐가 쌓였다며 정부 심판론을 부각하려 애썼다.

결과적으로 민주당 박용진 의원이 사립 유치원 비리 의혹을, 한국당 유민봉 의원이 서울교통공사 고용세습 의혹을 제기하며 양당이 이슈파이팅에 성공했다.

국감을 통해 장군멍군을 주고받은 여야는 11월 들어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를 가동해 협치의 틀을 마련하고 소상공인을 위한 법안 처리와 예산 반영 등 12개 항에 합의하는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문재인 대통령의 조명래 환경부 장관 임명을 고리로 돌연 국회 일정 보이콧을 선언하면서 모처럼 조성된 협치 분위기가 금세 얼어붙었다.

여야는 엿새 만에 채용비리 국정조사 등에 합의하며 가까스로 국회를 정상화했지만, 이후에도 여야정 협의체 실무회의는 기대만큼 원활히 돌아가지 못했다.
막 내리는 정기국회…밀실 예산심사·법안 밀어내기 여전
이런 가운데 시작된 예산심사는 처음부터 삐걱댔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야당은 남북협력기금, 일자리 예산, 정부 특수활동비 등을 대폭 삭감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여당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와 민생경제 회복을 위한 필수 예산이라고 방어했다.

여야 위원 비율 문제로 지각 출범한 예결위 예산조정소위원회는 수차례 정회와 공전 끝에 활동 기한인 11월 30일까지 1차 감액심사밖에 마치지 못했다.

예결위 활동 종료와 예산안 자동부의 이후 이들 들어 계속된 예결위 여야 3당 간사 간 비공식 회의체 협상은 대화 내용이 공개되지 않는 전형적인 깜깜이 심사로 진행됐다.

애초 예결위 예산소위 역할이 매우 제한적이었던 것을 고려할 때 밀실 심사의 성격이 예년보다 더욱 짙었다고 볼 수 있다.

더구나 핵심 쟁점을 남겨두고 여야 3당 원내대표가 나서 예산안 법정처리시한을 나흘이나 넘긴 지난 6일 합의안을 도출했으나, 5조2천억원에 달하는 감액의 세부 사항은 아직도 알려지지 않고 있다.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야 3당은 선거제 개혁을 예산안 처리의 선결 조건으로 제시하며 장외 농성을 벌였으나, 민주당과 한국당은 이런 요구를 배제하고 양당 명의의 합의문을 발표했다.

이는 다당제 구조 속 사상 초유의 거대양당 타협에 의한 예산안 처리로 기록될 전망이다.

정치개혁특별위원회 활동이 이어지겠지만, 야 3당이 요구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민주당과 한국당이 온전히 수용할 가능성은 거의 없는 것으로 관측된다.
막 내리는 정기국회…밀실 예산심사·법안 밀어내기 여전
한편, 여야는 이날 본회의에서 200건 안팎의 법안을 의결할 예정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국회가 정기국회 성과를 올리기 위해 연중 묵혀두었던 법안을 한꺼번에 처리하는 '법안 밀어내기'의 구태를 반복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음주운전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의 '윤창호법'의 처벌 수위가 하향 조정됐고, 종합부동산세법상 조정대상지역 다주택자 세 부담도 기존 안보다 줄어드는 등 일부 법안 내용이 후퇴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국회는 예정대로라면 이날 오후 4시 본회의를 열어 내년도 예산안과 예산부수법안을 비롯한 법안들을 상정해 처리한다.

국회 본관에서 농성 중인 야 3당은 본회의 불참을 선언한 상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