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로 죽거나 다쳐서 장애가 생긴 사람은 몇 살까지 벌 수 있는 수입을 손해봤다고 해야 할까. 대법원이 29일 연 전원합의체 공개변론에서는 민사사건에서 손해배상 산정 기준이 되는 ‘가동연한’(육체 노동자의 정년)을 기존 60세에서 65세로 높이는 문제를 놓고 열띤 논쟁이 벌어졌다. 가동연한은 노동으로 소득을 발생시킬 수 있는 연령의 상한선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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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은 1960년대까지 가동연한을 만 55세로 봤다. 가동연한이 만 60세가 된 것은 1989년이다. 대법원은 최근 하급심에서 엇갈린 판단이 나오자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사안으로 보고 29년 만에 공개변론을 열었다.

변론 석상에 올라온 사건은 항소심에서 가동연한을 각각 60세와 65세로 판단한 두 사건이다. 2015년 수영장에서 사고로 사망한 박모군(당시 4세)의 유가족이 수영장 운영업체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서울고등법원은 박군의 가동연한을 60세로 보고 배상액을 산정했다. 2016년 목포시의 한 상가 난간에서 떨어져 사망한 박모씨(당시 49세)의 유가족이 지방자치단체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광주고등법원은 가동연한을 65세로 판단했다.

가동연한을 65세로 늘려야 한다는 측에선 기대수명 증가와 연금 수령액 변화 등 사회적 흐름을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원고 측 대리를 맡은 노희범 변호사는 “1989년 전원합의체 판결 당시와 비교해 평균 기대수명이 10년 이상 늘었고, 고령층의 경제활동 참여율도 높아졌다”며 “2033년부터는 국민연금 수령도 65세부터 개시된다”고 설명했다. 미국과 일본의 가동연한이 각각 65세와 67세인 점도 강조했다.

피고 측과 보험업계 등은 가동연한 상향이 초래할 부작용을 집중 부각했다. 평균수명은 증가했지만 건강수명(건강하게 활동할 수 있는 기간)은 오히려 감소 추세에 있고, 고령층의 경제활동이 대부분 소득이 낮거나 불안정한 직종에 집중돼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

이날 참고인으로 출석한 박상조 손해보험협회 법무팀장은 “현재 자동차보험 표준 약관에선 대부분 가동연한을 만 60세로 보고 있다”며 “가동연한이 늘어나면 보험료가 최소 1.2% 이상 인상될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날 서울 서초동 대법원 대법정은 법조계와 경제계의 뜨거운 관심을 반영하듯 2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방청석을 채웠다. 전원합의체는 변론 내용을 바탕으로 추가 심리를 한 뒤 내년 초 선고를 내릴 예정이다.

신연수/정의진 기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