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연 제로에 진동·소음도 거의 못 느껴…의심했던 오르막도 거뜬
30년 경력 운전자 "너무 조용해 시동 켰는지 모를 때 있어"
충전소 부족, 일반 버스와 비교해 8배가량 비싼 가격이 흠
[수소시내버스 르포] "시동 걸린 거예요?" 울산 124번 탑승기
"시동을 켰는지 몰랐네요.

매연이 안 나오니 기분도 상쾌하네요.

"
지난 15일 오전 8시 45분 울산 울주군 율리공영차고지에서 버스 기사 김창열(63)씨가 수소 시내버스 운전석에 앉았다.

핸들 왼쪽에 있는 배터리 전원 버튼을 누르고 키를 돌리자 5초쯤 뒤 계기판에 'H₂(수소) 98%'라는 표시가 떴다.

"이게 시동이 걸린 겁니다.

전혀 못 느끼겠지요? 나도 가끔 시동이 걸렸는지 모를 때가 있답니다.

"
김씨 말대로 시동이 걸렸는데도 버스에는 진동과 소리가 없었다.

김씨가 가속페달에 발을 올리자 버스는 부드럽게 앞으로 나아갔다.

일반 압축천연가스(CNG) 시내버스가 출발할 때 나는 엔진 굉음 대신 '윙'하고 모터가 돌아가는 소리가 작게 들렸다.

수소버스에는 엔진이 없고 네 바퀴에 달린 모터에 전력이 공급돼 움직인다.

버스가 평평한 도로를 달리 때는 지하철을 탄 것 같았다.

수소를 연료로 쓰니 매연이 발생하지 않아 버스가 전체적으로 깨끗했다.

오히려 전력을 생산할 때 필요한 공기를 외부에서 빨아들여 3단계 정화과정을 거쳐 초미세먼지를 99.9% 걸러낸 후 사용하기 때문에 환경오염을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다.

시내버스를 30년 동안 운전해온 김씨는 "운전 조작은 일반 시내버스와 다를 바 없고 오르막길에서도 힘이 부족하지 않다"며 "승차감은 더 좋으니 운전할 만하다"고 웃어 보였다.

승객들 역시 수소버스가 조용하고 내부가 상쾌해서 만족하는 분위기였다.

이 버스를 1시간가량 타고 등교하는 대학생 박성수(24)씨는 "무엇보다 버스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나지 않아 좋다"며 "손잡이나 좌석을 연두색으로 통일해 친환경적인 인상을 주는 점도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수십년가량 버스를 이용한 차용준(85) 씨는 "매연이나 오일 타는 냄새가 안 나서 자주 탈 것 같다"며 "수소버스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율리공영차고지에서 동구 대왕암공원까지 왕복 56㎞ 구간을 매일 2회 운행하는 이 124번 버스는 전국에서 유일한 수소 시내버스다.

울산시가 지난달 22일 현대자동차, 울산여객 등과 수소버스 운행 시범사업 업무협약을 맺어 노선에 투입된 것이다.
[수소시내버스 르포] "시동 걸린 거예요?" 울산 124번 탑승기
버스를 운행하는 업체 입장에선 불편함이 없지는 않다.

당장 수소를 충전하려면 율리차고지에서 7㎞가량 떨어진 옥동 충전소까지 가야 한다.

게다가 다른 수소차량이 충전 중이면 기다려야 한다.

아직 검증 단계이기 때문에 안정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이 수소버스 운행을 담당하는 울산여객 관계자는 "신기술 차량이다 보니 아직 장비나 모터 관련 내구성을 확신할 수 없고 고장 시 수리 기간이 오래 걸릴 수 있다"며 "안전하다고는 하지만 수소 연료가 확실히 문제가 없는지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수소시내버스 르포] "시동 걸린 거예요?" 울산 124번 탑승기
차량 가격 역시 부담이다.

일반 시내버스 가격은 1대당 1억3천만원가량이지만 수소버스 가격은 8억3천만∼10억원 정도다.

현재 운행 중인 124번 버스는 업무협약에 따라 울산여객이 무료로 받았다.

울산시는 현재 3곳인 수소충전소를 내년까지 모두 7곳으로 늘리고 정부와 시 지원금을 통해 업체 비용 부담을 줄일 계획이다.

시 관계자는 "내년에는 차고지 내에 충전소 1곳을 설치하고 수소버스 가격 역시 일반 시내버스와 비슷한 수준으로 운행업체에 공급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고 말했다.

시는 내년에 수소 시내버스 3대 이상을 추가 운행할 예정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