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사모펀드 KCGI, 한진칼 2대 주주로 등장…한진그룹 지배구조 '정조준'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KCGI가 한진그룹 지주회사인 한진칼 주식 9%를 매입해 사실상의 ‘경영 참여’ 의사를 밝힌 것은 한진그룹 지배구조를 정조준하겠다는 의미로 업계는 해석하고 있다. 국내 행동주의 펀드의 첫 대기업 공격으로 주목된다.

한진칼은 그룹 대표 계열사인 대한항공 지분 29.96% 외에도 한진(지분율 22.19%), 칼호텔네트워크(100%), 진에어(60.0%) 등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조양호 회장 일가→한진칼→대한항공 등 계열사’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KCGI는 다양한 방식으로 한진칼 경영권에 개입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주주 제안으로 이사회 구성원을 바꾸거나 배당 확대, 자사주 매입을 비롯한 주주친화책을 시행하라고 요구할 수 있다. 비주력 자산을 매각하라고 압박할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내 사모펀드 KCGI, 한진칼 2대 주주로 등장…한진그룹 지배구조 '정조준'
이 과정에서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국내 기관투자가, 외국인 투자자와 합종 연횡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 운용사가 보유한 지분은 9.0%지만 국민연금(8.35%) 크레디트스위스(5.03%) 한국투자신탁운용(3.81%) 등과 손을 잡으면 지분율이 25%를 넘는다. 조양호 회장 등 특수관계인 지분(28.95%)을 위협할 수 있는 수준이다.

조 회장 일가가 보유한 한진칼 지분 중6.74%는 국세청(종로세무서)과 은행에 담보로 잡혀 있는 것도 변수다. 주식 상당수가 담보로 묶인 만큼 대주주의 경영권 행사 과정에서 운신의 폭이 좁아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진그룹 관계자는 “한진칼 지분 매입은 장내 매수를 통한 방식이었던 만큼 보유 공시 이전에 KCGI 측과 사전에 교감한 내용은 없다”며 “앞으로 대응책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강성부 KCGI 대표(사진)는 지배구조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그는 신한금융투자에서 애널리스트로 일하던 2005년 ‘한국 기업의 지배구조’라는 보고서를 내 유명해졌다. 당시는 ‘지배구조’라는 개념조차 생소한 때였다. LK투자파트너스 시절 요진건설산업과 현대시멘트, 대원 등의 기업지배구조 개선에 투자해 큰 수익을 거뒀다.

그는 지난 7월 LK파트너스에서 독립해 기업지배구조에 전문적으로 투자하는 PEF인 KCGI를 설립했다. KCGI의 블라인드 펀드는 출시 1개월여 만에 1400억원에 달하는 투자자금을 모아 화제가 됐다.

김익환/유창재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