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글로벌 안전지대’ 역할을 해온 미국 증시가 10월 중순 이후 흔들리면서 증권가에서 ‘미 증시 고점 논란’이 일고 있다. 쉼 없는 상승에 따른 일시적 조정일 뿐 미국의 견고한 소비에 기대 반등할 것이란 의견과 미국 기업의 실적 전망치가 계속 떨어지고 있어 주가 낙폭이 커질 것이란 주장이 팽팽히 맞선다. 한국 증시를 비롯한 글로벌 증시가 미국 증시 영향을 크게 받기 때문에 국내 투자자도 미 증시 향방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10년 상승 피로감일 뿐" vs "美기업 실적 둔화"
◆S&P500지수 올 상승분 반납

30일(현지시간) 미국의 대표 주가지수인 S&P500지수는 41.38포인트(1.57%) 상승한 2682.63에 마감했다. 이날 반등했지만 S&P500지수는 10월에만 7.9% 떨어지면서 올해 상승분을 거의 반납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도 10월 10.9% 하락했다.

미 증시 전망에는 월가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글로벌 투자은행(IB)인 모건스탠리는 ‘약세장의 시작’이라고 판단했다. 마이크 윌슨 모건스탠리 전략가는 “미국 중앙은행(Fed)과 다른 나라 중앙은행이 시장 참가자들이 기대하는 것보다 더 빨리 유동성을 줄이고 있다”며 “중앙은행들이 시장을 우려한다는 신호를 내기 전까지 주가 하락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골드만삭스는 “최근의 주가 급락은 단기 성장 둔화를 가격에 너무 많이 반영했다”며 반등할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 증시 하락에 충격을 받은 국내에서도 분석에 들어갔다. 국내 전문가들 사이에선 “최근 미 증시 하락은 지난 10년간의 상승에 따른 피로감”일 뿐 본격적인 하락장은 아니라는 의견이 많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증시에서 고점 대비 20% 이상 떨어지는 약세장은 대부분 경기침체 국면에 나왔다”며 “현재 미국 경기는 침체로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고용과 소비 경기가 여전히 좋은 점을 근거로 꼽았다. 지난 3분기 미국의 민간소비는 4.0%(전분기 대비) 늘며 2015년 4분기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 미국 민간 경제조사업체인 콘퍼런스보드에 따르면 지난달 미국의 소비자신뢰지수는 137.9를 기록했다. 2000년 9월 이후 최고치로, 이 수치가 높으면 소비자가 경기를 낙관적으로 본다는 뜻이다. 문다솔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금리인상 국면에서 미국의 주가 방향성을 결정짓는 변수가 소비”라며 “미국 소비는 더 견고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승리, 국내 증시에 유리”

미국 기업의 실적 눈높이가 낮아지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는 견해도 있다. 시장정보업체 팩트셋에 따르면 지난 8월 379달러 정도였던 미국 나스닥 상장사의 내년 주당순이익(EPS)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는 최근 374달러 수준으로 떨어졌다. 오태동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시중 금리 상승 부담, 미·중 무역갈등 등이 미국 기업의 실적 둔화에 반영되고 있다”고 말했다.

아마존 구글 등 그동안 미 증시를 이끈 성장주들이 후퇴하고 있어 가치주로 투자 초점을 옮겨야 한다는 분석도 있다. 조연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10월10일 미국 기술주가 폭락한 후 소비재·유틸리티 등 경기방어주 중심으로 미국 주식시장 판도가 바뀌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는 6일 미국 상원과 하원의원을 선출하는 중간선거 결과도 미국과 한국 증시에 변수가 될 전망이다. 증권업계에선 선거 이후 불확실성이 해소되면 미국의 증시 흐름도 좋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임동민 교보증권 연구원은 “중간선거 이후 미국과 중국의 무역협상이 보다 진전될 것”이라며 “미국 입장에서도 관세 인상이 물가 상승으로 이어져 소비 여력을 줄일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현재 중간선거의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는 하원에선 민주당, 상원에선 공화당이 다수당이 되는 것이다. 홍춘욱 키움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민주당이 하원을 차지하면 예산안을 무기로 트럼프의 무역분쟁 등에 제동을 걸 수 있다”며 “한국 등 신흥국 증시에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