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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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공장은 성장 한계에 부닥친 중소·벤처기업이 재도약하기 위한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습니다.”

서울 중소기업진흥공단 서울지역본부에서 만난 이상직 이사장은 스마트공장의 중요성을 이같이 밝혔다. 스마트공장이 베트남 중국 등 해외 소재 공장에 비해 떨어지는 국내 제조업의 생산성과 효율성을 획기적으로 높일 묘수라는 설명이다. 그는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다가오면서 중소제조업의 핵심 가치가 기존 노동과 자본에서 기술과 빅데이터로 옮겨가고 있다”고 말했다.

◆스마트공장 구축하면 생산성 30% 높아져

스마트공장을 도입한 중소기업의 만족도는 어떨까. 생산성은 30% 올라가고 불량률은 45%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3월 중소벤처기업부가 2800개 스마트공장 구축 완료 기업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 결과다. 여기에 더해 원가는 15% 절감되고 산업재해율도 22% 낮아졌다.

부산에 있는 울(양털) 원단업체 아즈텍WB(대표 허재명)는 스마트공장 도입 후 불량률이 0.15%에서 0.1%로 줄어들었다. 이 회사는 지난해 12월 자동 염료계량장치를 설치하고 올해부터 가동에 나섰다. 장비 설치 등 스마트공장을 도입하기 위해 정부로부터 받은 지원금 6000만원에 자사 부담금 5000만원을 더해 1억1000만원을 투입했다. 이전까지는 작업자가 작업지시서에 따라 필요로 하는 염료 코드를 확인한 뒤 저울을 이용해 수작업으로 염료의 양을 계량했다. 바가지로 염료를 퍼올린 뒤 저울에 올려 무게가 맞는지 확인하는 방식이었다. 그러다 보니 오차가 생겨 같은 작업지시서에 따른 제품이더라도 색이 다른 경우가 있었다. 전체 공정을 돌리는 데 걸리는 시간도 세 배가량 빨라졌다. 시간당 인건비는 고정돼 있지만 생산성이 향상되면서 영업이익이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일자리도 늘어났다. 영업이익이 늘어나며 고용을 창출할 여력이 생긴 덕분이다. 이 이사장은 “스마트공장이 일자리를 뺏을 수도 있다는 일부 우려는 사실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스마트공장이라 으레 ‘자동화공장’을 떠올리며 생기는 오해라는 것이다. 스마트공장 도입은 재고 및 출하관리 등을 전산화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되던 생산 과정을 전산화해 효율을 높이는 일이 스마트공장 도입의 첫 단계다. 문제는 스마트공장을 도입하기까지 넘어야 할 문턱이다.

이 이사장은 “근로시간 단축, 최저임금 인상 등 산업 환경의 변화 때문에 중소기업인들의 스마트공장 도입 필요성에 대한 인식 수준은 높다”면서도 “초기 투자비용과 전문인력 확보 등 현실적 어려움 때문에 구체적인 추진계획이나 일정을 수립한 기업은 적다”고 말했다. 지난 6월 중진공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 임직원 중 76.1%가 스마트공장 구축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반면 구체적인 도입 계획이 없는 기업도 45.9%로 절반에 가까웠다. 스마트공장 구축을 망설이는 요인으로는 초기 투자비용(43.3%), 전문인력 확보(25.3%), 사후관리비용(18.8%) 등이란 응답이 많았다.

◆기업별 맞춤형 지원 나선 중진공

중진공은 2022년까지 스마트공장 2만 개를 보급한다는 정부 계획에 맞춰 적극적으로 지원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5003개 중소·벤처기업이 스마트공장 구축에 필요한 지원을 받고 있다. 이 이사장은 “중소기업인들이 스마트공장 도입을 꺼리는 이유에 대한 맞춤 지원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먼저 초기 투자비용을 공격적으로 지원하기로 했다. 올해 정책자금 부문에 신설한 ‘제조현장 스마트화자금’은 스마트공장 도입을 어려워하는 중소기업을 위한 예산이다. 스마트공장 추진기업, 4차 산업혁명 관련 신산업·신기술 영위 중소기업, 정보통신기술(ICT) 기반의 생산 효율화를 위한 자동화시설 도입기업 등이 지원 대상이다. 시설을 구축하는 데 드는 비용은 물론 초기 운영에 필요한 운영자금까지 대출해 준다. 시설자금 70억원(사업비의 100%)과 운전자금 10억원(시설도입자금의 50%)까지 받을 수 있다. 중진공은 3300억원을 마련해 2461억원(지난달 기준)을 224개 업체에 대출해줬다. 내년에는 이 금액을 51.5% 늘어난 5000억원으로 증액할 계획이다.

중소기업이 애로사항으로 꼽는 전문인력 확보를 위한 지원도 시행에 들어갔다. 중진공은 지난해 국내 최초로 스마트공장 배움터(러닝 팩토리)를 구축하고 다양한 커리큘럼을 마련했다. 제조업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총 133개 과정을 열어 연간 7000여 명의 중소기업 임직원 교육을 하고 있다. 이 이사장은 “2022년까지 스마트제조 전문인력 5만 명을 양성할 계획”이라며 “스마트공장이 보급됨에 따라 바뀌는 제조환경에 필요한 빅데이터, 클라우드 컴퓨팅 등을 다룰 수 있는 청년 인재도 키워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스마트공장 구축에 따른 파급효과 클 것

이 이사장은 스마트공장 구축 효과가 서둘러 스마트공장을 도입한 중소기업에 국한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스마트공장을 구축하는 데 필요한 센서 장비산업 등이 함께 발전하면서 국내 제조업 경기가 살아날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중진공과 산업은행, 신·기보 등은 미래 신성장분야를 정책자금 전략산업에 포함시켜 우선 지원하기로 했다. 미래 신성장분야는 로봇, 바이오 소재, 차세대 무선통신 및 반도체, 맞춤형 의료, 에너지 저장, 감각센서, 영화·애니메이션, 광고·디자인 등 45개 분야 275개 품목이다.

이 이사장은 “스마트공장에 필요한 센서 간 고효율 소통을 위한 차세대 무선 통신기술 등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한 45개 분야를 전략산업으로 지정하고 융자를 시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마트공장 구축과 함께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파급효과를 강화하기 위해서다. 4차 산업혁명 관련 산업에 뛰어든 중소·벤처기업을 위해 올해에만 1조원을 배정했다. 그는 “중소·벤처기업이 스마트공장 구축 등 다양한 정부 정책을 활용해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고 제조업 부흥을 이끄는 등 혁신성장과 일자리 창출의 선봉장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