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나얍코리아의 밤’에 데이비드 블랙번 나얍 대표(오른쪽 세번째)와 캐스팅 감독들이 참석해 성공적 대회 개최를 축하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19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나얍코리아의 밤’에 데이비드 블랙번 나얍 대표(오른쪽 세번째)와 캐스팅 감독들이 참석해 성공적 대회 개최를 축하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한국 성악가들은 미완의 훌륭한 조각상 같아요. 좀 더 다듬어야 하지만 그 소재가 매우 뛰어납니다. 세계 무대에서 단련하기만 하면 금세 스타가 될 겁니다.”

지난 16일 시작된 ‘나얍(NYIOP·뉴욕인터내셔널오페라프로젝트)코리아’에서 참가자들을 지켜본 데이비드 블랙번 나얍 대표는 19일 모든 오디션 일정을 마친 뒤 이같이 평가했다.

미국 나얍 본사와 한국경제신문사가 공동 주최한 ‘나얍코리아’가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 리허설룸에서 나흘간 일정을 마치고 폐막했다. 총 153명(외국인 11명)이 아시아 최초로 열린 나얍 무대에서 실력을 마음껏 뽐냈다. 성부별로는 소프라노가 47.1%(72명)로 가장 많았다. 이어 바리톤 18.3%(28명), 테너 16.9%(26명), 베이스 7.8%(12명), 메조소프라노 7.2%(11명), 베이스바리톤 2.6%(4명) 순이었다. 여성 지원자가 85명(55.5%)으로 절반을 조금 넘겼다. 연령대는 최연소인 20세(1998년생)부터 최고령 47세(1971년생)까지 다양했다.

나얍코리아 오디션 첫날인 지난 16일 한 참가자가 오페라 아리아를 노래하고 있다.
나얍코리아 오디션 첫날인 지난 16일 한 참가자가 오페라 아리아를 노래하고 있다.
참가자들은 다양한 오페라 아리아를 준비했다. 그 중 베르디와 푸치니의 곡들이 가장 많이 선택받았다. 모차르트와 로시니, 도니체티 등의 곡도 자주 나왔다. 1인당 10분씩 노래했지만 특정 파트를 다시 불러달라는 심사위원(캐스팅 감독)들의 주문이 이어지면서 1인당 평균 2~3분의 추가 시간이 주어졌다.

한국에서 열리는 첫 국제 오페라 오디션이라는 점 때문에 참가자의 열정은 여느 때보다 뜨거웠다. 16일엔 한 테너 참가자가 옷과 넥타이, 구두까지 모두 반짝이는 금색으로 통일해 캐스팅 감독들이 환호하기도 했다. 17일엔 바리톤 허종훈 씨가 오페라 카르멘의 ‘투우사의 노래’를 부르기 전 “꽃이 필요하다”며 여성 심사위원의 빨간펜을 꽃으로 설정한 뒤 그 자리에서 집어 들고 연기했다. 마이클 카파소 뉴욕시티오페라 감독은 “무대 매너와 연기가 매끄러워 놀랍고 신선했다”고 칭찬했다.

8명의 오페라 극장 감독은 일제히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미국 스폴레토 페스티벌의 레오노어 로젠버그 감독은 “한국에서 이렇게 많은 오페라 가수가 해외무대에 서고 싶어하는지 미처 알지 못했다”며 “한국 가수들은 문제가 생기면 빨리 고치는 좋은 습관이 있다. 몇 년 뒤면 무대에 설 잠재력이 충분한 가수가 많았다”고 평가했다. 대니얼 비아지 미국 팜비치오페라 감독은 “우리 극장으로 당장 데려가고 싶은 사람이 4~5명은 됐다”고 말했다.

한 참가자는 “국내에서 오페라 가수를 뽑는 오디션 기회가 극히 적다”며 “한국경제신문이 세계적 명성의 나얍 오디션을 개최해 성악가들에게 기회를 준 것을 정말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오디션이 모두 끝난 뒤 롯데콘서트홀 로비에서 열린 ‘나얍코리아의 밤’ 행사에는 70여 명의 참가자와 캐스팅 감독들, 김기웅 한국경제신문 사장 등이 참석해 대회의 성공을 자축했다. 이 자리에서 캐스팅 감독들은 지원자들에게 따뜻한 조언부터 냉정한 지적까지 쏟아냈다. 로젠버그 감독은 오디션 기간에 참가자별 장단점을 정리한 노트를 들어보이며 참가자들과 대화하기도 했다.

나얍코리아 오디션의 최종 계약 여부는 짧으면 1주일에서 길면 한 달 안에 극장별로 논의를 거쳐 나얍코리아 사무국에 통보한다. 극장과 최종 계약하거나 오디션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은 가수들은 한경필하모닉오케스트라가 오는 10월17일 여는 ‘한경 가족음악회’에 성악부문 출연자로 초대된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