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얍코리아 첫날 오디션이 열린 16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 리허설룸에서 한 참가자가 심사위원들 앞에서 노래하고 있다. /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
나얍코리아 첫날 오디션이 열린 16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 리허설룸에서 한 참가자가 심사위원들 앞에서 노래하고 있다. /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
“제 인생 첫 오디션이었어요. 세계적 오페라 감독들 앞에서 노래할 수 있었다는 게 정말 큰 경험이었습니다.”

16일 막을 올린 ‘나얍(NYIOP·뉴욕인터내셔널오페라프로젝트) 코리아’에 지원한 소프라노 이해원 씨(25)는 오디션을 마치고 나오면서 이같이 말했다. 발갛게 상기된 얼굴로 가쁜 숨을 내쉬는 그는 아직도 긴장한 빛이 역력했다. 이씨는 “유학 가기 전에 내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해 보고 싶었다”며 “어떤 오페라 극장이든 뽑혀서 일단 무대에 서보고 싶다”고 했다.

“숨어있는 보석 찾아야죠”

미국 나얍 본사와 한국경제신문사가 공동 주최한 ‘나얍코리아’가 서울 송파구 신천동 롯데콘서트홀 리허설룸에서 나흘간의 대장정에 들어갔다. 지난 7월 서류 심사를 통과한 오디션 본선 참가자 158명(외국인 11명 포함)이 아시아 최초로 열린 나얍에서 실력을 뽐낸다.

세계 각국의 8개 오페라극장 캐스팅 감독들은 2018~2019 시즌 준비로 한창 바쁜 9월임에도 숨어 있는 보석을 찾아내겠다는 마음으로 한걸음에 서울로 모여들었다. 미국에선 뉴욕시티오페라(마이클 카파소 감독)와 플로리다 팜비치오페라(대니얼 비아지 감독), 사우스캐롤라이나의 스폴레토 페스티벌(리어노어 로젠버그 감독)이, 캐나다에선 밴쿠버오페라(톰 라이트 감독)가 참여했다.

‘아시아 최초 개최’ 소식에 아시아권 극장들도 대거 모였다. 홍콩오페라와 중국 푸젠대극장을 이끌고 있는 중국 유명 테너 출신 워런 목 감독, 대만 스프링오페라 페스티벌을 주최하는 가오슝필하모닉문화예술재단의 앤절라 파이 감독, 서울시오페라단의 이경재 감독도 실력파 가수를 뽑기 위해 달려왔다.
지난 14일 열린 나얍 마스터클래스에서 데이비드 블랙번 나얍 대표(가운데)가 참가자를 지도하고 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지난 14일 열린 나얍 마스터클래스에서 데이비드 블랙번 나얍 대표(가운데)가 참가자를 지도하고 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하루 7시간씩 40여 명 심사

오디션은 19일까지 하루 평균 40여 명의 오페라 가수를 심사하는 빡빡한 일정을 소화한다. 이날도 오전 11시부터 2시간 동안 9명의 참가자가 각자 12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자신의 실력을 제대로 보여주기 위해 목이 터질 듯 노래했다. 테너로 지원한 한 남성 참가자는 “하필 오늘 같은 날 목감기에 걸렸다”며 “연습을 많이 했는데 지금 목소리가 너무 안 나온다”고 안타까워했다. 오디션장에 들어선 이 참가자는 준비한 두 곡을 불렀음에도 심사위원들에게 “한 곡만 더 부를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이 같은 진지한 분위기에 빠져든 캐스팅 감독들도 1인당 10분씩 주는 오디션 시간을 2~3분씩 늘려줬다.

오페라 ‘로미오와 줄리엣’ 중 줄리엣의 아리아와 ‘투란도트’의 아리아 한 곡을 부르고 나온 강태은 씨(28·소프라노)는 기자를 보자마자 만족스럽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는 “홍콩오페라 무대에 서고 싶다는 생각으로 두 달 가까이 준비했는데 다행히 만족스럽게 노래했다”며 “조금 떨렸지만 학교에서 실기시험을 보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오디션에 앞서 부대행사로 지난 14일 열린 나얍 마스터클래스엔 데이비드 블랙번 나얍 대표가 ‘오페라 오디션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성악가들의 자세’를 설명했다. 개별 지도를 원하는 나얍코리아 참가자들을 무대에 올려 노래를 부르게 한 뒤 직접 지도하는 자리도 마련했다. 나얍 참가자인 소프라노 손가슬 씨의 노래를 들은 블랙번 대표는 “성량도 좋고 곡의 느낌도 잘 살렸지만 손짓과 몸짓이 아직 어색하다”며 “자신이 맡은 역할을 이해하고 직업, 성격과 분위기까지 충분히 파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날 마스터클래스엔 나얍 참가자 60여 명과 성악 전공자 등 총 80여 명이 참석했다.

오디션 끝난 19일 저녁 ‘나얍의 밤’

오디션은 나흘간 오전 11시부터 오후 7시까지(점심시간 2시간 제외) 쉬지 않고 이어진다. 모든 오디션이 끝나는 19일 저녁엔 오디션이 열린 롯데콘서트홀 8층 로비에서 나얍 네트워크 행사인 ‘나얍의 밤’이 열린다. 각 극장 캐스팅 감독들과 오디션 참가자 간 인적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소통하기 위한 자리다.

이번 나얍코리아 오디션은 오페라 콩쿠르나 경연대회가 아닌 만큼 당장 극장별로 캐스팅한 가수를 발표하진 않는다. 최종 계약 여부는 짧으면 1주일에서 길면 한 달 안에 각 오페라극장이 논의를 거쳐 나얍코리아 사무국에 개별 통보한다. 오디션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은 가수들은 한경필하모닉오케스트라가 오는 10월17일 여는 ‘한경 가족음악회’에 성악 부문 출연자로 초대된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