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5일간 경기 군포시에서 17개 아파트 단지가 최고가 기록을 새로 썼다. 경기 산본 주공아파트 단지.  /한경DB
최근 5일간 경기 군포시에서 17개 아파트 단지가 최고가 기록을 새로 썼다. 경기 산본 주공아파트 단지. /한경DB
정부가 강력한 부동산 대책을 예고했음에도 집값 급등세가 서울을 넘어 수도권으로 급속히 번지고 있다. 최근 5일 동안 수도권에서 400개에 육박하는 단지가 역대 최고가 기록을 냈다. 규제지역과 비(非)규제지역을 가리지 않고 무더기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비규제지역도 급등

12일 아파트 검색엔진 파인드아파트에 따르면 지난 7일부터 11일까지(실거래 신고일 기준) 수도권 390개 아파트 단지에서 역대 최고가 기록이 나왔다.

역대 최고가 기록이 가장 많이 나온 곳은 용인(66개 단지)이었다. 그 뒤를 성남(56곳)과 안양(41곳), 고양(29곳), 화성(26곳), 수원(23곳) 등이 이었다. 그동안 집값이 꿈쩍 않던 부천에서도 18곳이 최고가를 기록했다. 광명(14곳)이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 반사이익을 봤다는 평가다.

용인에선 수지구가 상승을 주도했다. 역대 최고가를 낸 66개 단지 중 52개가 수지구에 있는 아파트였다. 분당신도시와 연접한 데다 분당선과 신분당선, 경부고속도로를 끼고 있어 용인 안에서도 교통 여건이 가장 뛰어난 곳이다. 신분당선 동천역과 가까운 ‘동천마을현대홈타운1차’ 전용 84㎡는 이달 5억9000만원에 실거래돼 전월 대비 3000만원 올랐다. 같은 주택형이 연초 4억원 후반대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1억원 가까이 급등했다. 인근 ‘래미안이스트팰리스4단지’ 전용 149㎡는 지난달 7억5900만원에 실거래돼 최고가를 썼다. 올 3월 거래 때보다 4000만원가량 오른 가격이다. 수지구 아파트 매매가격은 지난주 한국감정원 조사에서 0.45% 상승해 직전 조사(0.20%) 대비 오름폭이 커졌다.

잠잠하던 부천 집값도 상승 대열에 합류했다. 7호선 신중동역 인근인 부천 중동 ‘리첸시아중동’ 전용 140㎡가 이달 10억1500만원에 실거래돼 처음으로 10억원 선을 넘겼다. 투기과열지구로 묶인 광명 인근 옥길지구의 LH옥길브리즈힐 전용 84㎡는 이달 4억9800만원에 손바뀜했다. 직전 거래가 대비 2000만~4000만원가량 뛴 가격이다.

강력대책 예고에도 아파트 신고가 '봇물'… 전문가 "실수요자 추격매수는 자제해야"
군포와 의왕에선 각각 17개 단지와 12개 단지가 최고가 기록을 새로 썼다. 지하철 1·4호선 환승역인 금정역 접근성이 좋은 군포 산본동 래미안하이어스는 입주 10년여 만에 가장 높은 가격에 거래됐다. 전용 59㎡가 지난달 5억6000만원에 손바뀜했다. 과천과 안양 사이에 낀 의왕 포일동 ‘포일숲속마을4단지’ 전용 84㎡는 지난달 7억500만원에 실거래돼 1월 이후 처음으로 7억원 선을 넘었다.

◆규제지역 여전히 ‘활활’

투기과열지구 조정대상지역 등으로 묶인 수도권 도시도 최고가 행진을 이어갔다. 성남 최고가 단지의 84%(47개 단지)는 분당구 소재 아파트였다. 판교신도시 대장주로 불리는 ‘푸르지오그랑블’ 전용 105㎡ 저층 매물은 이달 16억9000만원에 실거래됐다. 직전 최고가(15억5000만원)를 1억4000만원 정도 웃도는 가격이다. 서(西)판교 ‘원마을5단지’ 대형 주택형도 최고가를 썼다. 이 아파트 전용 151㎡는 지난달 16억원에 손바뀜해 종전 최고가 대비 1억원 정도 올랐다. 분당에선 이매촌삼성 전용 101㎡(5층)가 9억2000만원에 팔렸다. 국토교통부가 실거래가신고를 집계한 2006년 이후 최고가 거래다.

다섯 달 만에 집값이 상승 반전한 고양에서도 29개 단지가 역대 최고가 기록을 냈다. 이 중 23개 단지가 비교적 서울과 가까운 덕양구에 있는 아파트였다. 삼송지구에 들어선 ‘삼송2차아이파크’ 전용 84㎡는 지난달 6억7000만원에 실거래됐다. 그동안 6억원 안팎에서 움직이던 집값이 반등했다.

하남에선 복합쇼핑몰 ‘스타필드하남’ 바로 앞에 지난해 말 입주한 하남유니온시티에일린의뜰 전용 84㎡가 7억5000만원에 거래를 마쳤다. 1월 거래가 대비 2억원가량 올랐다.

거래량도 최근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군포 아파트 매매거래는 7월 194건에서 지난달 416건(이달 11일까지 신고분 기준)으로 두 배 이상으로 늘어났다. 같은 기간 구리(172건→345건)와 하남(185건→339건), 안양 동안구(428건→796건) 등의 거래량 역시 크게 증가했다. 곽창석 도시와공간 대표는 “서울과 준서울지역 집값이 급등하자 수도권 집값이 키 맞추기를 하고 있다”며 “강력한 정부 대책이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실수요자는 추격매수를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형진 기자 withmol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