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본사들이 가맹점의 수익을 끌어올리기 위한 방안을 줄줄이 내놓고 있다. 점포 간 경쟁 심화에 최저임금 인상까지 겹치면서 경영난을 호소하는 점주가 늘어나고 있어서다. 본사 이익의 일부를 개별 점주에게 지원하는 상생안이 개별 점포의 경쟁력 상승으로 충분히 나타나지 못하자 더 근본적인 처방에 나선 것이다.

GS25 영업팀 담당자(왼쪽)와 편의점 점주가 가맹점 분석 시스템을 보면서 점포 운영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GS리테일 제공
GS25 영업팀 담당자(왼쪽)와 편의점 점주가 가맹점 분석 시스템을 보면서 점포 운영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GS리테일 제공
GS25는 세부 상권별로 매출 상위 품목과 부진 품목 등을 종합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점포 데이터 분석 시스템’을 개발했다고 27일 밝혔다. 이 시스템은 전국 1만3000여 개 점포의 매출을 더 올리는 데 초점을 맞췄다. 점포를 관리하는 본사 직원은 이 시스템이 분석한 자료를 기반으로 점주에게 각종 아이디어를 제공한다.

“자리만 차지하고 잘 팔리지 않는 우유를 빼고, 그 자리에 옆 동네 편의점에서 대박이 난 젤리를 넣으라”는 식이다. 또 특정 브랜드 상품 행사일이 다가오면 상품 추가 주문도 권유한다. GS25 관계자는 “컴퓨터 알고리즘 분석을 통해 매우 정확한 판단과 예측이 가능해져 컨설팅 효과가 과거보다 좋아졌다”고 말했다.

편의점 본사, 가맹점주 수익 높이기 '총력전'
CU는 최근 점주들에게 가상현실(VR) 상품진열 안내서를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CU 본사가 계절별로 제시하는 최적의 가상 점포를 스마트폰으로 볼 수 있는 앱(응용프로그램)이다. 과거엔 책자로 보여줬던 매장 진열 가이드라인을 VR 형태로 바꿔 실용성을 높였다.

CU는 매출 개선 프로그램 ‘클리닉 포 CU’도 운영 중이다. 매출 부진 점포에 CU 전문가팀을 파견, 수익을 끌어올리는 게 목적이다. 상품 주문부터 진열, 판매 등을 리모델링해 준다. 지난 2년간 이 프로그램을 통해 1000여 개 점포의 매출이 평균 30% 상승했다고 CU 측은 설명했다.

소비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일부 상품 가격을 대형마트 수준으로 공급하기도 한다. 이마트24는 28일부터 16개 품목을 정해 대형마트 가격으로 판매하는 ‘더 프라이스’란 캠페인을 시작한다. 30개들이 달걀 한 판을 4390원에, 식빵은 1300원에 내놓는다. 또 ‘엔네이처 후랑크’ ‘LG 페리오 칫솔 세트’ ‘깨끗한나라 휴지’ 등도 마트 수준으로 저렴하게 판매한다.

이마트24는 주택가 상권에 있는 편의점 550여 곳에서 시범 운영한 뒤 연말께 다른 점포로 확대할 계획이다. 김성영 이마트24 대표는 “소비자의 장바구니 물가 부담은 낮추고 가맹점 매출을 끌어올리는 효과를 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세븐일레븐은 추가 인건비 부담 없이 점포 매출을 늘릴 방안으로 ‘자판기형 편의점’을 들고 나왔다. 기존에 편의점을 운영하는 점주가 신청하면 인근에 추가로 자판기 편의점을 설치해 주기로 했다. 세븐일레븐은 자판기 편의점의 상품 주문, 재고 관리, 정산 등을 기존 점주가 운영하는 점포에서 가능하도록 하는 시스템을 갖췄다.

미니스톱도 기존 점주들을 상대로 자판기형 편의점 운영 의사를 파악 중이다. 미니스톱 관계자는 “자판기 편의점 장비는 개발을 마쳤다”며 “희망하는 점주가 있으면 곧 시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