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민일보 "도광양회, 상대가 침 뱉어도 가만히 있으라는 뜻 아냐"
中매체 "미중 무역협상 재개로 합의까지 이를지는 의문"
미중 무역전쟁 속에 미국과 중국이 이달 말 다시 협상 테이블에 앉기로 하자 중국 관영 매체와 관변 학자들은 무역 마찰 해소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당장 합의까지 이르긴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17일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미중간 새로운 무역 협상이 신속한 합의를 이끌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는 제하의 기사를 통해 미국이 중국에 대한 일방주의적인 입장을 바꾸지 않으면 이번 한 번의 협상만으로 미중 무역전쟁은 끝나기 어렵다는 분석을 내놨다.

이 매체는 왕셔우원(王受文) 중국 상무무 부부장(차관) 겸 국제무역협상 부대표가 미국 측의 요청으로 이달 하순 방미해 데이비드 말파스 미국 재무부 차관을 만나 무역 협상을 진행하며, 중국 상무부는 어떤 일방적인 무역 조치도 반대하며 평등한 대화와 소통을 원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고 전했다.

메이신위(梅新育) 중국 상무부 국제무역경제합작연구원 연구원은 "이번 미중 무역 협상은 접촉을 유지하고 양자 관계의 완전한 파탄을 막기 위한 것"이라면서 "중국과 미국이 이번 회동에서 합의에 이를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예상했다.

메이 연구원은 "미국은 미중 무역 마찰로 심각한 피해를 보지 않았고 미국의 주장이 얼마나 비이성적인지도 모르고 있다"면서 "이런 시점에서 미국이 타협하고 합의할 이유가 없다"고 분석했다.

그는 "하지만 이번 협상은 미중 양국이 합의에 이르고자 하는 추가 협상들을 위한 토대를 닦을 것"이라고 봤다.

댜오다밍 인민대 부교수는 "이번 협상은 미중간 긴장이 가속하는 가운데 열려 긍정적인 신호로 볼 수 있다"면서 "이번 협상은 무역 마찰의 최종 해결을 위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댜오 부교수는 "중국은 완벽히 준비해서 이번 협상을 적극적으로 진척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충이(叢屹) 톈진(天津)재경대 교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불안정한 모습을 보여 미중 협상이 긍정적이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최근 대만에 대한 입장을 보듯이 중국 대표단은 협상에서 기조를 지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인민일보(人民日報)는 덩샤오핑(鄧小平) 시대 고수해온 '도광양회'(韜光養晦·조용히 때를 기다리며 힘을 키운다) 원칙을 너무 일찍 던져버려 미중 무역전쟁이 발생했고 하루빨리 '패전'을 선언해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반박에 나섰다.

인민일보는 "미중 무역전쟁과 관련해 중국 내 투항파의 잘못된 인식을 바로 잡는 게 중요하다"면서 "일부 중국 학자들이 강경 대응으로 일관한 중국 전략이 실패했고 미중 갈등만 심화시켰다고 주장하는데 이런 입장은 미국에 투항하면 천하가 태평하다는 생각으로 미국이 일으킨 이번 무역전쟁은 잠재적 경쟁자인 중국을 없애려는 도발 행위"라고 주장했다.

이 신문은 "미국이 요구한 대로 일방적으로 양보한다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니다"면서 "그리고 미국은 더는 누구나 때릴 수 있는 슈퍼파워가 아니며 중국을 식은 죽 먹듯이 대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중국 투항파는 도광양회의 뜻을 제멋대로 해석했다"면서 "도광양회는 실력과 어울리지 않는 일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지 경쟁자가 제멋대로 하면서 얼굴에 침을 뱉어도 가만히 있으라는 뜻은 아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