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덕 임차인' 키우는 퇴거보상제·계약갱신청구권
정부에서 발의한 개정안 중에 임차인의 계약갱신청구권 연장과 퇴거보상제가 국회를 통과하고 시행된다면 중소형빌딩 시장의 큰 변화가 있을 것 같다.

영업권 보장에 해당하는 계약갱신청구권을 5년에서 10년으로 연장해 임차인의 영업권을 확대시켜 주는 것과 권리금 회수를 더욱 강화한 퇴거보상제도는 건물주로선 불편한 규정이다.

현행 상가임대차보호법에서 권리금에 대한 규정은 현 임차인이 새 임차인에게 권리금을 받는 것을 임대인이 방해하면 안 된다는 내용으로 재건축은 방해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임차인이 권리금을 회수하지 못할 수도 있다. 보통 이럴 때에는 임대인이 도의적으로 명도비를 지급하는 것이 실상이다. 이걸 법으로 정해버리는 것이 퇴거보상제도다.

임대인과 임차인 간 분쟁의 반이 권리금 문제다. 보통사람들은 건물주가 나가라고 해서 쫓겨난 임차인만 알지 임차인에게 발목잡혀서 임대료 한 푼 못 받고 이자내기에 급급한 건물주 얘기는 알지 못한다.

중소형빌딩을 중개하고 관리하는 일을 10여 년 하다 보니 참 많은 임대인과 임차인을 만났다. 그중 임차인의 눈에서 피눈물을 뽑고 쫓아내는 악덕 임대인보다 임대인의 허리를 휘게 만드는 악덕 임차인을 더 많이 만났다.

보통 6~8개월이면 끝날 명도소송을 근 2~3년 정도 끌고 가는 임차인도 봤다. 그 기간에 본인은 열심히 장사한다. 임대인은 은행의 대출이자를 낸다고 허리가 휜다. 그리고 소송에 지친 임대인에게서 권리금같이 명도합의금을 받고 나간다.

소송의 전문가들이 하는 행동을 임차인이 하는 것이다. 그들 뒤에는 소송 수임료 및 성공 보수를 챙기는 변호사들이 있었다. 이런 경우는 악덕 임차인 때문에 임대인이 고통받는 사례인데 신문, 인터넷 어디에도 나오지 않는다.

앞으로는 이런 사례가 더 많아질 것 같다. 이 법이 시행되면 권리금장사를 하는 임차인이 늘 것으로 생각된다. ‘권리금장사’는 가게를 활성화해 새 임차인에게 권리금을 받고 단기간 내에 빠지는 임차인을 지칭한다. 임대기간 10년 보장에 퇴거보상제까지 만들어지면 그들에게는 최적의 시장이 오는 것이다. 아무것도 모르는 순수한 임차인을 악덕 임차인으로 만드는 경우도 생길 것이다.

이렇게 발생한 권리금은 돌고 돌아서 건물주에게로 책임이 전가될 것이다. 권리금 자체가 무형이기에 폭탄과도 같다. 경제가 어려워지면 더욱 많이 터질 것이고, 대부분 건물주 품에서 터질 것이다.

오동협 < 원빌딩 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