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이란 승리 뒤 女 축구장 입장 허용 요구 높아져
2018 러시아 월드컵에 출전한 이란 대표팀이 15일(현지시간) 모로코와 조별 예선 첫 경기에서 20년 만에 승리를 거두자 여성의 축구경기장 입장을 허용해야 한다는 여론이 가열되는 분위기다.

이란에서 축구는 남녀를 불문하고 가장 인기 높은 스포츠이지만 여성은 남자 경기가 열리는 축구경기장에 입장하지 못한다.

가족이 아닌 남성과 여성이 한 공간에 함께 있으면 안 된다는 엄격한 이슬람 율법의 영향이라는 게 일반적인 해석이다.

또 축구경기장에서 남성 관중이 여성에게 험한 욕을 하거나 성희롱을 범할 수 있다는 점도 여성 입장 금지의 주된 이유다.

그러나 젊은 층을 중심으로 이런 관습에 반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이란이 월드컵 첫 경기에서 극적으로 승리를 거둬 축구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집중되면서 여성의 축구경기장 금지를 풀어야 한다는 주장이 동력을 얻은 모양새다.

이번 월드컵을 맞아 이란 곳곳의 극장, 강당 등 대중 시설에서 열린 단체 관람 행사에선 여느 나라와 다름없이 남녀가 섞여 이란 대표팀을 열렬히 응원했다.

단체 관람 역시 가족이 아닌 남성과 같은 장소에서 축구를 보는 행위인데 여성이 유독 축구경기장을 입장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월드컵처럼 온 국민을 열광케 하는 축구경기를 여성만 직접 볼 수 없다는 것은 '구태'라는 비판도 커졌다.

테헤란 밀라드타워 컨벤션홀에서 모로코전을 단체 관람했다는 남성 나림푸르 씨는 "남녀 수백명이 함께 경기를 봤는데 여성에 대한 성희롱이나 욕설은 전혀 없었다"면서 "성별에 상관없이 같은 축구팬일 뿐이었다"고 말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도 여성들이 모로코전 승리 직후 거리에 나와 남성 못지않게 적극적으로 기쁨을 표출하는 사진과 동영상이 대거 게시됐다.

이란과 정치·종교적 체재 경쟁자인 사우디아라비아가 올해 1월부터 여성이 축구경기장에 입장하도록 허용하면서 이런 여론은 더 뜨거워졌다.

사우디와 비교하면 이란이 상대적으로 여성의 외부 활동과 복장이 자유로운 편인데 오히려 사우디가 '선수'를 친 셈이다.

젊은 층과 개혁파의 지지를 받는 현 이란 정부도 여성의 축구경기장 입장 허용에 우호적이지만, 보수 세력의 반대를 넘지 못하고 있다.
[월드컵] 이란 승리 뒤 女 축구장 입장 허용 요구 높아져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