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자가 주축이 된 ‘대한민국 경제를 생각하는 지식인 모임’은 7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회관에서 경제 활성화를 촉구하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왼쪽부터 조성환 경기대 교수, 박인환 건국대 교수, 조동근 명지대 교수, 오정근 건국대 교수,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 이종천 전 숭실대 교수.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경제학자가 주축이 된 ‘대한민국 경제를 생각하는 지식인 모임’은 7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회관에서 경제 활성화를 촉구하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왼쪽부터 조성환 경기대 교수, 박인환 건국대 교수, 조동근 명지대 교수, 오정근 건국대 교수,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 이종천 전 숭실대 교수.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한국 경제에 대한 경고음이 곳곳에서 울리는 가운데 경제학자들이 공동 성명을 내고 정부의 경제정책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정부의 시장 개입을 줄이고 기업의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보장하라는 게 경제학자들의 주장이다. 정부 내부에서 촉발돼 국책·민간연구소로 확산된 경기 논쟁과 최저임금 인상 논란에 경제학자들까지 가세하는 모습이다.

현직 경제학 교수들이 주축이 된 ‘대한민국 경제를 생각하는 지식인 모임’은 7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회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이 모임은 지난 1일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 등 경제학자 50여 명이 창설했다. 이날 공동 성명에는 34명의 경제학자가 참여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한국 경제가 직면한 현실을 받아들이고 경제 활성화를 위한 정책 입안에 힘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법인세 인상,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 정책은 한국 경제가 맞닥뜨린 저성장 고착화와 성장동력 약화 등 근본적인 위기에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비판이다.

교수들은 “정부 주도의 경제정책은 고용 부진, 소득분배 악화 등 부작용을 양산하기 때문에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현실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며 소득주도 성장의 수정을 촉구했다.

또 “소득주도 성장은 이론적으로나 정책적으로 유효성이 충분히 확인되지 않았는데도 정부가 맹신해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을 초래했다”며 “임금이 급격히 오르면 한계계층에 피해가 집중되고 이들이 속한 저소득층의 소득이 감소해 소득분배가 악화된다”고 지적했다. “세계 경제성장률 평균에도 미치지 못하는 한국 경제의 역동성을 복원하는 게 시급한데도 정부가 위기 상황을 직시하지 않고 있다”고도 했다.

실제 한국 경제에 대한 경고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주요 경기지표가 이상 신호를 보내면서다. “여전히 3% 성장 경로를 유지하고 있다”는 정부의 공식 입장에도 불구하고 “경기가 꺾이고 있다”는 국책·민간연구소의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경기 향방을 가늠해볼 수 있는 설비투자는 지난 3월 전달 대비 7.8% 급감한 데 이어 4월에도 3.3% 줄었다. 투자가 감소하면서 근로자 소득도 쪼그라들었다. 3월 2.9% 증가했던 소매판매는 4월엔 전달 대비 1.0% 감소했다. 일자리 증가세는 올 2월부터 3개월 연속 10만 명대에 머물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

세계은행은 주요 원자재 수출국의 회복세가 약해지면서 향후 2년간 세계 경제 성장이 둔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는 부정적 요인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한국 경제가 올 2분기 이미 침체 국면에 진입했다”고 진단했고, LG경제연구원도 정부 목표치(3%)에 못 미치는 2.8%를 올해 성장률로 제시했다.

이번 성명에 참여한 조성환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는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해야 노사 모두 ‘윈윈’할 수 있는 것”이라며 “산업의 융복합화로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기업의 빠른 변신을 촉진할 수 있는 네거티브 규제(사전 허용·사후 규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 교수는 “경제는 한 번 추락하면 회복을 쉽게 장담할 수 없기 때문에 국민 전체가 장기간 고통받을 가능성이 있다”며 “경제 활성화를 위한 정책 입안에 주력하라는 의미에서 성명서를 내게 됐다”고 설명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