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조합 와해 공작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 박상범 전 삼성전자서비스 대표의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검찰이 법원을 향해 이례적으로 날 선 비판을 쏟아냈다. 문재인 정부의 ‘코드’를 의식한 삼성 노조 관련 수사가 난항에 부딪히자 법원에 비난의 화살을 돌리며 여론전을 벌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검찰 또 무리하나?… 삼성전자서비스 영장 7명 중 6명 기각
서울중앙지방법원 허경호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지난달 31일 박 전 대표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검찰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허 부장판사는 “(박 전 대표가) 도망할 염려가 없고 증거 인멸 가능성이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며 “일부 피의사실은 법리상 다툴 여지가 있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이로써 삼성전자서비스 노조 와해 의혹 수사가 개시된 후 지난 5월 한 달간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한 피의자 7명 중 6명의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반려됐다.

검찰은 법원 결정 후 두 시간여 만인 이날 밤늦게 입장자료를 내고 강하게 반발했다.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 ‘현실을 도외시한 판단’ ‘일관성과 합리성을 찾아볼 수 없는 결정’ 등의 문장으로 채워진 발표문을 내놨다. 검찰은 박 전 대표에 대해 “노조 주동자를 내쫓을 목적으로 ‘기획 폐업’을 하는 등 노조 와해 공작을 위해 지능적으로 장기간 지시한 최고경영자”라며 “헌법에서 보장하는 근로 3권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중대한 헌법 위반 범행을 저지른 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법원에 대한 검찰의 반응은 삼성 노조 관련 수사가 어려움을 겪으면서 조바심이 생겼기 때문이라는 시각이 많다. 검찰은 삼성전자서비스의 위장 폐업 및 협력업체 노조 와해 공작 등이 삼성전자 지시에 따른 것이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협력업체 대표나 삼성전자서비스 임원의 신병을 확보해 모회사 삼성전자, 삼성그룹 등 윗선으로 수사를 확대하려 했던 검찰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는 얘기다.

친노동을 표방하는 정권 코드에 맞춰 검찰이 무리한 구속을 시도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노조법 위반으로 검찰 처분이 이뤄진 인원은 2016년 668명에서 지난해 1239명으로 두 배가량으로 폭증했다. 한 노동전문 변호사는 “처분이 급증한 배경에 정권 성향에 맞춰 기업을 옥죄려는 의도가 없는지 의심하게 된다”고 말했다. 검찰은 1일 현재까지 유일하게 영장이 발부된 최모 삼성전자서비스 전무를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