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경제가 회복세를 띠고 있지만 임금 상승률은 저조하다는 진단이 나왔다. 저출산·고령화 등 일본 경제와 유사한 구조적 문제를 갖고 있는 한국에서도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은행은 22일 발표한 ‘일본 임금 상승 부진 원인과 시사점’을 통해 “한국에서 경기 회복, 생산가능인구 감소 등으로 노동수요 우위 기조가 나타나더라도 일본과 같이 저임금·비정규직 위주로 고용이 확대되고 노동 생산성이 개선되지 않을 수 있다”고 밝혔다.

최근 일본 노동시장은 완전 고용에 도달하는 등 인력 부족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지난해 일본 실업률은 2.8%로 자연 실업률(사실상 완전고용 수준을 유지할 때 나타나는 실업률)인 3.6%를 밑돌았다. 하지만 임금 상승률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명목임금은 2009년 전년 대비 3.9% 떨어진 뒤 8년간(2010∼2017년) 연평균 0.1% 오르는 데 그쳤다.

한은은 일본의 임금 상승 부진 원인으로 여성·노년층, 외국인 중심의 고용 증가세를 꼽았다. 일본에선 저출산·고령화로 15∼64세 생산가능인구가 1997년을 정점으로 감소하고 있다. 남는 인력은 결국 여성, 노년층, 외국인 뿐인데 이들의 일자리가 주로 저임금·비정규직이어서 임금 상승을 억누르고 있다는 설명이다.

장기간 경기 침체 경험으로 실업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노동자들이 임금 인상보다 고용 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삼는 경향도 영향을 미쳤다. 이 밖에도 글로벌 금융위기 후 불확실성이 확대하면서 기업이 고용·투자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 점, 투자 부진에 따라 기술 혁신 등이 지연되며 노동 생산성 증가율이 1995∼2007년 연평균 1.4%에서 2011∼2016년 0.5%로 둔화한 점도 원인으로 지목됐다.

한국의 상황도 일본과 크게 다르지 않다. 국내 경기는 회복하고 있지만 생산가능인구가 2016년을 정점으로 감소하기 시작했다. 2030년엔 정점 대비 10%, 2060년 40% 감소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양질의 일자리 창출, 생산성 향상, 노동 시장 내 임금 격차 완화 등을 통해 임금 상승 부진을 해소하는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