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국영 해운사 코스코의 홍콩 해운사 오리엔트오버시즈(OOCL) 인수합병(M&A) 계획이 미국 규제당국의 승인 지연으로 삐걱거리고 있다. OOCL은 미국 최대 컨테이너 처리시설인 롱비치컨테이너터미널을 운영하고 있는데 이 터미널이 중국에 넘어가는 건 안보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는 게 미 규제당국의 우려다. 코스코는 OOCL 인수를 위해 아예 터미널 운영권을 포기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코스코는 지난해 7월 세계 최대 항만운영사인 상하이국제항무와 공동으로 OOCL 지분 68.7%를 총 63억달러에 인수하기로 했다. 인수 작업이 완료되면 코스코는 OOCL 지분 58.8%를, 상하이국제항무는 9.9%를 보유한다.

코스코는 세계 4위, OOCL은 세계 7위 해운사다. 코스코가 OOCL을 인수하면 덴마크의 머스크, 스위스의 MSC에 이어 세계 3위 해운사로 올라선다. 미국 수입품의 11.8%(세계 2위), 수출품의 8.5%(세계 3위) 물동량을 차지할 수 있다.

하지만 미 규제당국 승인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OOCL은 미국에 사업부를 두고 있어 미 재무부, 국방부 등 17개 정부 부처가 참여하는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 심사를 받아야 한다. OOCL이 운영권을 갖고 있는 롱비치터미널은 미국에서 많은 물동량을 처리하는 곳 중 하나로, 가장 자동화된 터미널이다. 미 정부는 중국 기업이 이 터미널을 운영하는 데 대해 우려를 제기하며 이번 M&A 승인을 거부하고 있다. 미·중 통상전쟁이 M&A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관측도 있다.

코스코는 오는 6월까지 M&A를 마치기 위해 터미널을 매각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코스코 고위 관계자는 “롱비치터미널은 중요한 자산이지만 계약 체결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며 “CFIUS 관계자를 만나 터미널을 처분하거나 쪼개는 방안을 제안했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보호주의를 강화하면서 중국 자본의 미국 투자를 제한하고 있다. CFIUS는 지난해 중국 자본의 M&A 거래 10건을 불허했다. 최근 미 상무부는 미국 기업이 7년간 중국 통신장비업체 ZTE와 거래하는 것을 금지했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