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정부는 '열린 대입안' 이라는데… 입 못 여는 대학들
교육부가 지난 11일 올해 중학교 3학년 학생들이 치를 2022학년도 대학입학시험과 관련해 5개의 개편안 시안을 제시한 것을 두고 학생·학부모·교사 등이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리는 대입 문제에 교육부가 최소한의 방향성도 제시하지 않은 것은 ‘직무유기’라는 것이 비판의 요지다.

대학 의견이 궁금해 국내 주요 대학 입학처 관계자들에게 의견을 물어봤다. A대학 입학처 관계자에게 “교육부가 제시한 5개 시안 중 어떤 안을 가장 선호하냐”고 질문하자 “국가교육회의에서 공론화 과정을 거쳐 결정하면 거기에 맞춰 준비하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는 무심한 답변이 돌아왔다.

B대학 입학처 관계자에게 똑같은 질문을 던졌다. 그 역시 “아직 확정된 안이 나오지 않아 의견을 내기 어렵다”면서도 “수험생과 학부모 부담을 덜면서 우수한 학생을 선발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연구 중”이라는 원론적 대답만 했다. C대학은 처음에 의견을 물었더니 “내부 회의를 거친 후 답변을 주겠다”고 했다. 그로부터 반나절 정도 지난 뒤 C대학 관계자는 “5개 시안이 나왔을 뿐이고, 이 또한 법적 구속력이 없기 때문에 지금 상황에서 의견을 내놓기가 난처하다”고 말했다.

결국 3개 대학의 답변은 모두 ‘공자님 말씀’에 가까웠다. 도대체 어떻게 준비하라는 것이냐는 들끓는 여론에는 눈감은 듯하다. 그러면서 이들 세 대학 관계자들은 약속이나 한 듯 ‘익명’을 요구했다.

답답함에 대한 답은 또 다른 대학 쪽에서는 풀 수 있었다. D대학 관계자는 “기자들이 서울대·연세대·고려대·서강대·성균관대 등 서울 주요 대학을 상대로 취재한다는 걸 교육부가 알고 있기 때문에 아무리 익명이어도 솔직한 의견을 밝힐 수 없다”고 했다. 이어 “민감한 이슈가 있을 때는 교육부가 직접 이들 대학에 전화를 돌려 압박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대입 개편안 시안을 내놓으면서 “국민이 공감하는 숙의·공론화 과정을 거칠 수 있는 ‘열린 안’을 제시하고자 한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그런데 정작 학생 선발의 주체인 대학들은 입을 열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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