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M 노동조합이 진퇴양난에 빠졌다. 댄 암만 제너럴모터스(GM) 총괄사장이 한국GM 노사 자구안 합의의 ‘데드라인’인 오는 20일을 넘기면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할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밝히면서다. 대규모 실직사태를 불러올지 모르는 법정관리를 막는 게 최우선이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한발 물러섰다가는 강경파 반발에 집행부의 입지가 위태로워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한국GM 노사 관계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13일 “암만 사장의 발언은 노조를 겨냥한 것”이라며 “군산공장 폐쇄 철회, 복리후생 유지 등 수용 불가능한 요구사항을 포기하지 않으면 법정관리가 불가피하다는 사실을 노조 집행부도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조합원은 집행부에 “법정관리는 막아야 한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한국GM 노조 '진퇴양난'
암만 사장의 발언이 전해지자 조합원들은 내용을 공유하는 등 불안을 감추지 못했다. 법정관리는 곧 대량해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집행부가 복리후생 축소 등 회사 요구안을 수용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노조가 대규모 구조조정이라는 최악의 사태를 감수하면서까지 강경 대응을 이어가진 않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한국GM 노조가 지난 11일 중앙노동위원회 쟁의조정 회의를 연기해달라고 요청해 파업권 확보 시점을 뒤로 미룬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당성근 노조 교육선전실장은 “아직 GM 본사가 노조에 공식적으로 법정관리 가능성을 거론하지 않았기 때문에 의견을 내놓기 어렵다”며 말을 아꼈다.

걸림돌은 노조 내 강경파다. 강경파가 “절대 물러서면 안 된다”고 버티면 집행부가 이를 제어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집행부는 5일 쇠파이프 난동과 사장실 집기파손 사태 때도 강경파의 과격한 행동을 막지 못했다. 한 조합원은 “집행부는 2017년 성과급을 지급하지 못하겠다는 카허 카젬 사장에게 항의하기 위해 사장실을 찾았을 뿐 점거하거나 집기를 부술 계획은 없었다”며 “일부 조합원이 예정에 없던 과격한 행동을 했는데도 집행부는 사실상 손을 놓고 있었다”고 했다.

집행부가 여러 계파의 연합체다 보니 주도적으로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는 분석도 있다. 현 집행부는 지난 노조 집행부의 채용비리 파문 직후인 지난해 2월 당선됐다. 과거 집행부와 지지세력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많은 상황에서 투표가 이뤄졌고, 그 결과 이전에는 집행부를 꾸려본 적이 없는 계파 후보가 노조위원장이 됐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