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전쟁·고용둔화 우려 고개…물가 상승 압력도 약해
추경 효과·북한 리스크 완화 외에 상방 요인 잘 보이지 않아
3% 성장 전망 유지했지만 악재 산적… 추가 금리인상 전망 '흐릿'
한국은행이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을 3%로 유지했지만 목표까지 가는 길이 한층 험난해졌다는 진단이 나온다.

관세를 둘러싸고 으르렁거리는 미국과 중국은 글로벌 교역에 나날이 긴장감을 더하고 있고 고용 시장 상황은 여전히 차갑기만 하다.

그나마 믿을 구석은 정부의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북한 리스크 완화지만 리스크와 비교하면 영향력이 미미하다는 평가다.

이 때문에 추가 기준금리 인상 여력이 줄어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한은은 12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올해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을 3.0%라고 밝혔다.

이는 올해 1월 한은 전망과 같은 수준이다.

한은의 전망대로라면 한국 경제는 작년(3.1%)에 이어 올해까지 2년 연속 3%대 성장을 달성하게 된다.

2년 연속 3%대 성장은 2010년(6.5%)∼2011년(3.7%) 이래 처음 있는 일이어서 의미 있는 이정표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올해 3% 성장 가능성은 1월보다 한층 힘겨워졌다는 평가가 많다.

아직 성장률에 반영할 정도는 아니지만 한국 경제를 둘러싼 상황이 녹록지 않아졌다.

가장 큰 리스크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 위기감이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지난 4일 1천300개 중국 수입품목에 2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히며 중국을 상대로 한 무역전쟁의 불을 댕겼다.

중국은 즉각 반발해 미국산 17개 분야, 106개 품목에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했다.

이후에도 양국이 보복에 또 보복 관세 부과 방침을 밝히며 긴장감이 고조됐다.

중국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10일 자동차 등 수입품의 관세 인하 등을 언급했고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매우 고맙게 생각한다"며 미·중 긴장감이 한층 누그러지는 듯 보이기도 했지만 여전히 완전 해결과는 거리가 먼 상황이다.

무역전쟁이 일부 품목이나 미·중 사이에 그치지 않고 전면전으로 확산하면 글로벌 교역 자체가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이는 최근 수출 중심의 성장세를 구가하는 한국 경제에 분명한 마이너스 요인이다.

고용 지표는 2월, 3월 연달아 '쇼크'였다.

2월 취업자 수는 1년 전보다 10만4천명 늘어나는 데 그쳤다.

취업자 수 증가 폭은 2010년 1월(-1만명) 이후 8년 1개월 만에 가장 적었다.

3월에도 취업자 수는 11만2천명 증가하는 데 머물렀다.

통상 취업자 수 증가가 20만 명대 후반∼30만 명대라는 점을 고려하면 크게 미치지 못하는 셈이다.

정부는 지난해 2∼3월 취업자 수가 많이 늘어난 기저효과 측면이 강하다고 하지만 최저임금 인상 유탄과 구조조정 여파가 맞물린 결과라는 우려 섞인 분석도 적지 않다.

취업자 수 증가가 부진하면 가계 소득이 제대로 증가하지 않을 수 있다.

이는 결국 내수 부진으로 이어져 성장률을 끌어내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공산이 있다.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해제 효과도 생각만큼 완연하지 않다.

사드 보복 조치 중 하나로 중국은 작년 3월 중순부터 한국 단체 관광을 금지했다.

중국의 조치는 그간 '유커'(遊客·중국인 관광객) 효과를 톡톡히 누리던 국내 숙박·음식점업계에 직격탄이 됐다.

작년 숙박·음식점업 성장률은 -2.2%로 1998년(-10.7%) 이래 최저였다.

한국과 중국이 지난해 11월 정상회담을 열고 모든 분야의 교류 협력을 정상 궤도로 조속히 회복하기로 했지만 떠나간 유커는 돌아오지 않고 있다.

올해 1월 중국인 입국자 수는 1년 전보다 46.0% 감소했고 2월에도 41.5% 줄었다.

이 때문에 숙박·음식점업 취업자 수는 작년 6월부터 지난달까지 쭉 감소세를 보이며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반면 경제 성장률을 끌어올릴 만한 요인은 뚜렷하지 않거나 미미한 편이다.

정부가 3조9천억원 규모 추경을 편성했지만 아직 국회를 통과하지 않았다.

규모 자체도 2015년(11조6천억원), 2016년(11조원), 2017년(11조원)에 비하면 작아 추경이 집행하더라도 성장률에 뚜렷한 플러스가 될지는 미지수다.

이달 말 남북 정상회담에 이어 5월 말∼6월 초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는 점은 호재로 언급된다.

지정학적 리스크가 줄면 해외 투자자는 물론 국내 경제주체들의 심리 개선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어서다.

다만 대북 관계는 삐끗할 가능성도 있어 경제적 효과를 쉽게 점치긴 어렵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1월 전망 때보다 경제에 부정적인 흐름이 커진 상황"이라며 "하방 요인이 잘 수습되는 것이 상방 요인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경제 회복세가 미지근하다 보니 한은이 올해 기준금리 인상이 좀처럼 무르익지 못하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금리 인상의 주요 고려 요인인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 1분기 1.3%에 그쳤다.

한은도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1.6%로 지난해 10월, 올해 1월에 이어 3회 연속으로 하향 조정하기도 했다.

한은은 이날 통화정책방향 의결문에서 "당분간 수요 측면에서 물가 상승 압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올해 상반기 한은의 통화정책 방향 결정회의가 다음 달 한 차례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지만 뚜렷한 반전 없이 상반기 인상은 어렵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는 모양새다.

그렇다고 한은이 금리 인상 고삐를 마냥 놓고 있을 수만은 없다.

미국이 올해 3∼4차례 정책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서다.

이미 지난달 한미 금리가 역전됐다.

한은이 금리를 계속해서 동결하고 미국이 올해 4차례 금리를 올리면 미국 금리 상단이 국내 기준금리보다 1%포인트 높아질 수 있다.

내외 금리 역전이 장기화하거나 격차가 벌어지면 자본 유출로 이어질 공산이 있다.

결국 한은으로선 하반기에 금리를 1∼2차례 인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최악의 경우 국내 상황이 받쳐주지 않는데도 한은이 미국에 등 떠밀려서 금리를 올리는 상황에 부닥칠 수 있다.

국제금융센터는 최근 보고서에서 "한은은 앞으로 3개월간 물가 상승률이 1.5%까지 도달하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며 "하반기 중 금리 인상 전망이 우세하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