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이 외화 표시 교환사채(EB)를 발행해 총 6억달러(약 6400억원)를 조달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한국 민간기업이 발행한 외화 표시 EB 중 가장 큰 규모다.

LG화학, 외화 표시 교환사채 6억弗 발행
LG화학은 10일 이사회를 열고 오는 16일 3년 만기 6억달러 규모의 EB를 달러화와 유로화로 발행하기로 결정했다.

채권금리는 0%다. 이 EB를 오스트리아 빈 증권거래소에 상장해 유럽과 아시아 지역 기관투자가들로부터 투자받기로 했다. EB는 일정 기간이 지나면 투자자가 발행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특정 주식으로 바꿀 수 있는 채권이다. 이번 EB의 교환 대상은 LG화학이 2016년 말 LG생명과학과 합병하는 과정에서 LG생명과학 주주들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로 취득한 자사주 128만4888주다. 투자자들은 다음달 27일부터 주당 51만5200원에 EB를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다. 이날 이 회사 종가(36만8000원)보다 40% 높은 수준이다.

‘제로 금리’로 6000억원이 넘는 자금을 조달할 수 있었던 것은 LG화학 주가가 지금보다 더 오를 것이라는 기대가 컸기 때문으로 증권업계는 보고 있다. LG화학의 지난해 매출은 25조6980억원으로 전년 대비 24.4%, 영업이익은 2조9285억원으로 47.0% 증가했다.

LG화학의 국내 신용등급은 10개 투자등급 중 두 번째로 높은 ‘AA+’(안정적)다. 글로벌 신용등급은 7번째로 높은 ‘A3’다. 양호한 신용도 덕분에 투자설명서를 제출하지 않고도 해외에서 EB를 상장하는 데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LG화학은 이번 EB 발행을 통해 확보한 자금을 중국 폴란드 등의 설비투자에 사용할 계획이다. 정호영 LG화학 사장은 “투자자들이 회사의 지속적인 성장세를 높이 평가한 덕분에 0% 금리로 EB를 발행했다”며 “금리 상승기에 선제적으로 자금을 조달해 금융비용을 줄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