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임시국회가 문을 열자마자 개점휴업 상태다. 여야가 방송법 개정안 처리를 둘러싼 파행으로 의사일정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 등 민생법안 처리가 지연되면서 ‘식물국회’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프랑스 등 주요 국가에서 정치개혁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지만, 우리나라 국회는 거꾸로 가고 있다는 탄식이 나온다.

한국 국회는 대표적인 ‘고비용 저효율’ 집단으로 꼽힌 지 오래다. 불체포·면책특권 등 헌법상 보장된 특권을 넘어 세계 최고 수준(2015년 기준 OECD 3위)의 세비와 보좌진 수 등 각종 특혜를 누린다. 입법을 확정짓고 정부 정책을 심의·견제하는 본회의에 4년 임기 내내 불참하는 경우라도 아무런 법적 제재를 받지 않는다. 중진 의원들이 외부 행사 참석 등을 이유로 툭하면 본회의에 무단 불참하는 이유다.

선진국들은 다르다. 스웨덴은 특히 엄격하다. 보좌관은 의원 4명당 1명꼴로 배정받는 정책보좌관밖에 없다. 의원들에게 관용차량과 운전사, 전담 보좌진과 비서 따위는 주어지지 않는다. 독일 연방의원은 본회의에 불참할 때마다 의정활동 지원비에서 100유로(약 13만원)가 삭감된다. 프랑스 하원의원은 경고나 견책 등 징계를 받으면 곧바로 수당이 깎인다.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어온 금배지들의 거짓말이 “특권을 내려놓겠다”는 소리다. 여야는 2012년 국회의원 선거와 18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특권을 내려놓겠다고 했고, 2016년 20대 총선과 2017년 19대 대선 때도 같은 말을 되풀이했다. 하지만 면책특권 폐지, 불체포특권 제한, 세비 삭감 등 ‘핵심 약속’을 수년째 지키지 않고 있다. 오히려 잇속 챙기기에는 똘똘 뭉친다. 지난해 말 통과시킨 세비 인상과 보좌관 증원 등이 대표적이다. 의원들이 ‘제왕적 대통령제’를 비판하고 있지만 정작 자신들이야말로 ‘제왕적 국회의원’이라는 비난을 받는다. ‘국회의원 수를 줄여야 한다’ ‘의원들에게 최저임금을 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를 성찰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