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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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일째 공석이었던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상임부회장에 고용노동부 관료 출신인 송영중 한국산업기술대 석좌교수(사진)가 선임됐다. 경제계는 장기간 미뤄진 경총 부회장 인선이 마무리돼 다행이라는 반응과 송 신임 부회장이 경영계를 대변하는 데 소극적일 수 있다는 우려가 동시에 나왔다.

경총은 6일 회장단 회의를 열고 송 석좌교수를 제5대 상임부회장으로 선출하기로 했다. 경총 회장단은 “저성장·저고용,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인력수급 불균형, 저출산 및 고령화 등 구조적 현안이 산적한 상황”이라며 “노사문제에 경륜과 식견이 풍부하고 고용 및 복지문제에도 밝은 송 석좌교수가 적임자”라고 설명했다.

송 부회장은 1955년 전남 장성에서 태어났고, 고려대 법학과를 졸업했다. 제23회 행정고시에 합격한 뒤 노동부(현 고용노동부) 노사정책국장, 근로기준국장, 고용정책본부장, 기획조정실장 등을 역임했다. 2002년 김대중 정부의 청와대 노사관계비서관을 맡았고, 당시 주5일제 도입 등의 내용이 담긴 근로기준법 초안을 마련했다. 유관부처 교환근무 방침에 따라 보건복지부 연금보험국장을 지낸 적도 있다. 이후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상임위원(차관급)과 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장도 지냈다.

송 부회장은 노동 분야에서 잔뼈가 굵고 노동법 분야에 정통한 실무형 전문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청와대 비서관, 노사정위 상임위원 등을 거치면서 정무적 감각을 보여줬다는 평가도 있다.

다만 경영계의 입장을 적극 대변한 과거 경총 부회장과는 결이 다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영배 전 부회장처럼 문재인 정부의 정책을 거침없이 비판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미다. 경제계 관계자는 “고용부에서 오래 일하다 보면 아무래도 사용자보다 근로자에 가까운 입장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며 “송 부회장이 경영계를 적극 대변하지 않으면 노사정 대화가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이뤄질 수 있어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역대 부회장은 모두 경제단체 또는 상공부(현 산업통상자원부) 관료 출신이었다. 1대 윤능선, 2대 황정현, 4대 김영배 부회장은 모두 경제단체에서 오래 근무한 인물이었다. 3대 조남홍 부회장은 상공부 관료 출신으로, 경총 부회장을 맡은 뒤 경영계의 목소리를 적극 대변했다. 고용부 관료 출신이 경총 부회장을 맡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일각에서는 여권 개입설이 불거진 게 경총 부회장 선임이 늦어진 이유라는 해석도 내놓는다. 경총은 회장 및 부회장 후보자를 선출하는 전형위원회 회의를 세 차례 했지만, 그때마다 부회장 후보자를 정하지 못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