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리 아미고(Three Amigo·세 친구)’로 불리는 이들 50대 삼인방은 요즘 할리우드에서 가장 핫한 감독들이다. 장편애니메이션상과 주제가상을 받은 ‘코코’도 멕시코 문화와 대가족이 배경이다.
미국 사회에서 ‘히스패닉(Hispanic)’의 약진이 눈길을 끈다. 히스패닉은 스페인어를 쓰는 중남미(라틴아메리카)계 이주민이다. ‘라티노(Latino)’로도 불린다. 어원은 로마제국 시절 이베리아반도 출신을 지칭하던 ‘히스파니쿠스(Hispanicus)’에서 유래했다. 스페인 옛 이름이 히스파니아다.
히스패닉 위상은 인구 증가에 비례하는 것 같다. 미 인구센서스국에 따르면 1950년 400만 명이던 히스패닉계가 2014년 5426만 명으로 전체의 17.3%를 차지했다. 21세기에만 2000만 명이나 늘어, 백인 다음으로 큰 집단이 됐다. 히스패닉의 63%가 멕시코계이고 푸에르토리코계(9.2%), 쿠바계(3.5%) 등의 순이다.
그 때문에 세계에서 스페인어 사용자가 많은 도시 1, 2위가 멕시코시티와 마드리드지만 3위는 LA, 6위는 뉴욕일 정도다. 대통령 선거인단이 1~3위인 캘리포니아·뉴욕·플로리다주는 히스패닉 유권자를 절대 무시 못한다. 캘리포니아 이스트LA(히스패닉 비중 97.1%), 텍사스 라레도(95.6%)와 브라운스빌(93.2%), 플로리다 하이얼리아(94.7%) 등에선 영어가 거꾸로 소수 언어다.
주류사회 진출도 두드러진다. 2016년 공화당 경선 때 선전했던 테드 크루즈와 마르코 루비오가 히스패닉계다. 2008년 민주당 경선에서 버락 오바마와 맞선 빌 리처드슨도 모친이 멕시코계다.
최근에는 여성들이 두각을 나타낸다. 2009년 푸에르토리코계인 소니아 소토마요르가 첫 히스패닉계 연방대법관에 올랐다. 멕시코계 캐서린 코테즈 매스토는 2016년 첫 상원의원(네바다주)이 됐다.
메이저리그 야구는 30%에 이르는 히스패닉계 선수들 없이는 안 돌아갈 정도다. 메이저리거 가운데 백인 성씨로 흔한 스미스(16명)보다 곤살레스(20명)가 더 많다. 골프계 전설 낸시 로페즈도 있다.
앞으로도 히스패닉 파워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히스패닉은 21세 이하 인구가 38.1%(미국 전체 27.5%)에 이른다. 출산율이 높고 언어·문화 동질성도 강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국경장벽을 공약했지만, 나라 안에선 히스패닉 파워가 고조되고 있다.
오형규 논설위원 o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