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동진 삼성전자 IM부문장 "삼성이 만든 AI 스피커 하반기 첫선"
“한때 ‘세계 최초’ ‘업계 최초’에 연연한 적이 있지만 이제 그런 건 의미 없다고 생각합니다. 자주 쓰는 기능을 편리하게 만드는 게 진짜 의미 있는 혁신입니다.”

고동진 삼성전자 IM부문장(사장·사진)은 26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갤럭시S9의 카메라는 좋아졌지만 다른 혁신은 약하다’는 일각의 반응에 이같이 밝혔다. 고 사장은 “갤럭시S9은 카메라와 화면, 음향을 강화하고 사물인터넷(IoT)의 중심이 되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며 “공개 후 이곳저곳에서 의견을 들어보니 ‘큰 기대 안 했는데 실제 만져보니 괜찮다’는 반응이 80% 이상”이라고 말했다.

그는 “새 기술을 개발해 소비자에게 강요하는 것이 혁신으로 받아들여지던 시기는 지나지 않았느냐”며 “소비자가 지갑을 열 만한 가치 있는 기술만 시장에 내놓을 것”이라고 했다.

올 하반기 인공지능(AI) 스피커를 출시하고, 기능을 대폭 끌어올린 AI 비서 ‘빅스비 2.0’을 갤럭시노트9에 적용한다는 계획도 공개했다. 고 사장은 “AI 스피커를 다른 업체보다 늦게 선보이는 것이어서 소비자에게 ‘잘 샀다’는 얘기를 듣도록 정말 좋은 품질로 개발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스피커는 IoT 허브인 동시에 독립된 음악 기기로도 손색이 없도록 준비하고 있다”며 음향에 특별히 관심을 기울이고 있음을 내비쳤다.

빅스비에 대해서는 “1.0은 빨리 시장에 내놓느라 생태계 확장(다른 업체가 참여해 빅스비 기반 서비스가 많아지는 것)이 어려웠다”며 “이 부분을 강화한 2.0을 개발해 800여 개 업체와 테스트하고 있다”고 말했다. S8 때부터 적용된 빅스비 1.0 월간 이용자는 1200만 명으로 이는 판매된 전체 단말기의 40%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고 사장은 5세대(5G) 이동통신이 본격 도입되면 통신산업에 엄청난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한 달 전 무선사업부 모든 임원에게 ‘전체 조직을 5G 체제로 전면 전환한다’고 선언했다”며 “5G 시대로의 방향 전환은 10년 전 피처폰에서 스마트폰 체제로의 전환보다 더 빠르고 극심하게 일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점유율이 1%대까지 추락하면서 갤럭시의 ‘아픈 손가락’이 돼버린 중국 시장에 대해서도 솔직한 의견을 밝혔다. 고 사장은 “무너진 것을 원상복구하는 데는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며 “현지 조직에 많은 권한을 주고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조급해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인도 시장 점유율이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에도 “지난해 4분기 수량 기준 점유율 1위를 놓친 것은 사실이어서 주의 깊게 보고 있지만 연간 기준으론 압도적 1위”라며 “공을 많이 들이고 있으니 걱정 안 해도 된다”고 했다.

그는 신사업 관련 인수합병(M&A)에 대해선 “기존에 인수한 업체들에 만족하고 있고 끊임없이 물색 중”이라며 가능성을 열어놨다. 이재용 부회장 석방과 관련한 질문에는 답을 꺼렸지만 “나 같은 전문경영인이 만날 수 없는 고위 거래처를 직접 만나 도와줬기 때문에 나온 것만으로 마음이 편하다”고 했다.

바르셀로나=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