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바이러스, 버스.’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를 괴롭힌 일명 ‘3ㅂ’이다. 대관령의 강풍은 ‘개막식 혹한 포비아(공포증)’를 유발했다. 개막을 앞두고 노로바이러스도 발병했다. 대회 초기에는 미숙한 버스 수송 체계에 대한 불만이 쏟아져 나왔다. 이런 악재와 우려 속에서 시작된 평창올림픽이 흥행에 성공했다. 설 연휴에 밀려든 관중과 기념품의 인기, 한국 선수단의 선전이 시너지 효과를 내면서 ‘빚잔치’ 우려를 걷어내고 흑자 올림픽으로 거듭났다.

▶본지 2월23일자 A13면 참조

바람·바이러스·교통 '세 가지 악재' 딛고… 흑자 올림픽 성공
◆‘빚잔치?’ 흑자 난 평창올림픽

25일 조직위에 따르면 평창올림픽에 투입한 예산은 약 14조2000억원이다. 이 중 철도 도로 등 사회간접자본(SOC)과 경기장 건설 등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가 주도한 인프라 비용을 제외하고 조직위가 대회 개최를 위해서만 쓴 예상 운영비는 약 2조8000억원이다.

이희범 조직위원장은 “작년 초만 해도 총수입 2조5000억원으로 3000억원 적자를 볼 것으로 예상했지만 기업 후원금이 늘어나고 자발적 기탁금이 증가하면서 균형 재정을 달성했다”며 “여기에 입장권 판매 증가 등에 힘입어 흑자 재정으로 돌아섰다”고 설명했다. 조직위 관계자는 “정확한 흑자 규모는 올림픽이 끝난 뒤 집계해봐야 파악할 수 있다”면서도 “대회 마지막 날까지 경기장과 올림픽파크가 성황을 이뤄 적자를 벗어나 일정 규모의 흑자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흑자 전환에 가장 큰 도움을 준 건 기업들의 적극적인 후원이다. 조직위는 당초 기업 후원금 목표액을 9400억원으로 잡았지만 확보한 후원금은 118.3%에 해당하는 1조1123억원이었다.

조직위가 지난달 17일 국회 동계올림픽특별위원회에 보고한 준비현황 자료에 따르면 제5차 재정계획(2017년 12월 기준)에서 수입은 2조7329억원, 지출은 2조7890억원으로 예상했다. 계획대로 대회를 운영할 경우 561억원 적자였다. 여기에 추가 수입과 지출 감소를 통해 실제로는 400억원대 적자가 날 것으로 전망했다. 빚잔치까진 아니었지만 적자를 벗어나는 건 불가능해 보였다.

◆설 연휴 관중몰이, 올림픽 살렸다

설 연휴 평창과 강릉에 관중이 몰리면서 적자 우려를 말끔히 씻어냈다. 조직위는 당초 지난 15일부터 나흘간 이어진 설 연휴 기간 관중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결과는 정반대였다. 이 위원장은 “나흘간 유료 관중 46만 명이 강원 강릉과 평창 일대를 방문하면서 흥행의 청신호를 켰다”고 소개했다.

조직위에 따르면 24일까지 입장권은 목표치(106만8000장) 대비 100.7% 판매됐다. 입장권 수입은 1500억원을 훌쩍 넘어 1567억원을 기록했다. 유료 누적 관중도 23일까지 114만2000명을 기록했다.

이전 동계올림픽과 비교했을 때 입장권 판매율은 ‘금메달감’이다. 전체 110만 장 가운데 81%가 팔린 2006년 토리노 대회를 넘어섰고, 110만 장 중 90%를 판매한 2014년 소치 대회도 추월했다. 올림픽 관중몰이의 시발점은 개회식이었다. 8일 영하 18도까지 떨어졌던 기온이 개회식 당일인 9일 낮에는 영상 6도로 올라갔다. 우려했던 만큼 춥지 않았고 바람도 약한 덕분에 개회식 공연이 성공적으로 치러졌다.

이로 인해 ‘올림픽에 가볼 만하다’는 분위기가 형성돼 설 연휴 관중 증가로 이어졌다는 게 조직위의 분석이다. 여자 컬링 대표팀과 스켈레톤의 윤성빈, 남북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등이 화제를 모으면서 흥행에 불을 지폈다. 여기에 기업과 지방자치단체의 적극적인 입장권 구매도 흥행 열기에 힘을 보탰다.

이 밖에 조직위의 노로바이러스 통제, 보안 강화 등이 대회의 신뢰도를 높였다. 조직위는 예산 확보와 비용 절감에서도 성과를 냈다. 조직위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수차례 협상해 지원금(4억달러→4억700만달러)과 톱 스폰서 후원금(2억달러→2억2300만달러)을 추가 확보했다. 성백유 조직위 대변인은 “예산 집행 단계에서 1억원 이상 지출사업은 재정심사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집행하도록 내부 통제를 강화했다”며 “그 결과 689억원을 절감했고 경쟁입찰을 통해 454억원을 아꼈다”고 설명했다.

평창=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