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대치동 학원가. 양길성 기자
서울 대치동 학원가. 양길성 기자
21일 오후 12시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 M학원 1층의 전용면적 45㎡ 남짓 국숫집은 책가방을 멘 학생들로 북적였다. 좌석은 34석 가운데 30석이 차 있었다. 3호선 대치역 대로변에 있는 이 식당의 임대료는 월 700만원. 3.3㎡당 40만원을 훌쩍 넘는다. 비싼 임대료에도 식당은 1년째 무리 없이 운영됐다. 식당 종업원 A씨는 “평일·주말, 점심·저녁 할 것 없이 학원을 찾는 학생이 많아 임대료보다 높은 매출을 올린다”고 전했다.

사교육 1번지 대치동 상권이 더 뜨거워지고 있다. 유커(遊客·중국인 관광객) 감소로 명동 가로수길 등 대부분 광역상권이 위축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입시제도 변화로 사교육 수요가 더 늘고 있는 데다 주변에 신축아파트가 들어서면서 배후 수요가 늘어난 영향이다. 대치동 상권은 지하철 3호선 대치역과 은마아파트사거리 주변에 넓게 포진하고 있는 사교육 상권을 말한다.
[집코노미] '사교육 1번지' 대치동, 상권도 핫 플레이스
◆강남 최고 상권 ‘우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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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114 조사(2017년9월)를 보면 대치동 상권 상가의 3.3㎡당 평균 월세는 18만원이다. 강남구 6개 상권 중 가장 높다. 선릉역 상권(14만4500원), 압구정 상권(13만7500원), 신사동 상권(13만800원) 등의 평균 월세가 다 대치동을 밑돈다. 대치동 상권 임대료는 다른 상권과 달리 계속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작년 3분기 월세는 지난해 같은 분기(14만2000원) 대비 3만8000원 올랐다.

3호선 대치역 사거리 대로변으로 가면 임대료가 더 높다. 인근 중개업소에 따르면 최근 학원 건물 1층 상가(전용 64㎡)가 보증금 2억원, 월세 780만원에 실거래됐다. 3.3㎡당 평균 41만원이다. 옆 건물 1층 점포(전용 49㎡)는 보증금 1억5000만원, 월 임대료 930원을 호가한다. 10년 넘게 이 일대를 지킨 C음식점은 전용 40㎡ 크기의 작은 점포지만 권리금 1억3000만원, 월세 700만원에 새 임차인을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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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임대료에도 점포 문을 닫는 경우는 드물다는 게 인근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대치동 E공인 관계자는 “월세를 못 내서 장사를 그만 둔 식당은 적다”며 “임차 주기도 3~4년으로 긴 편”이라고 전했다.

임차 수요도 부쩍 늘었다. 대치동 B공인에 등록된 대치동 일대 점포 매물은 500여 실. 이 가운데 하루 평균 2~3건의 임대차 거래가 이뤄진다. B공인 관계자는 “하루 15~20건 문의 전화가 오고 거래도 이뤄지고 있다”며 “은퇴 후 식당 카페 등 요식업을 하려는 이들이 주로 찾는다”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유통 대기업도 대치동 상권에 관심을 쏟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신세계그룹 부동산 개발 계열사인 신세계프로퍼티는 대치동 599에 있는 지하2층~지상7층, 연면적 5097㎡ 건물을 사들였다. 매입금액은 약 570억원이다. 신세계그룹은 이 빌딩에 노브랜드 전문점과 스타벅스 등을 유치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양길성 기자.
양길성 기자.
◆풍부한 배후수요에 학군수요까지

대치동 일대는 과거부터 고정수익을 올리기 좋은 상권으로 평가받았다. 주변에 아파트가 밀집돼 있어 배후 수요가 풍부한 데다 소비성향도 높아서다. 여기에 재건축을 마친 새 아파트가 곳곳에 들어서면서 배후수요는 더 커졌다. 래미안대치팰리스(2015년1월), 대치SK뷰(2017년6월) 등이 최근 입주했다. 대치동 거주자 수(강남구청 기준)는 2014년 1월 8만4741명에서 지난해 1월 8만7490명으로 2749명 늘었다.

학원뿐 아니라 학생·교직원·학부모를 겨냥한 문구점, 커피전문점, 제과점, 편의점, 서점 등의 수요가 풍부하게 형성된다는 것도 장점이다. 지난해 정부가 자사고·특목고 우선선발 폐지 등 입시제도를 변경하면서 대치동 학군수요가 더 늘어났다는 점도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이상혁 상가정보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대치동은 외부 유입 인구가 적어도 배후수요가 풍부하고 소비력이 높아 수익을 유지하기 수월한 상권”이라며 “월 매출 1억원이 넘는 학원들도 즐비해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음식점 카페 등도 덩달아 높은 매출을 올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