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신축 아파트로 투자자들이 몰리고 있지만 분양권 거래는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 물건은 자취를 감추고 소형 면적 분양가 수준의 웃돈이 붙은 상태다. 지난달부터 시행된 분양권 양도세 50% 일괄 적용, 초과이익 환수 등 재건축 규제로 인해 소유주들은 매물을 거둬들이는 분위기다. 매도자 우위 시장이 지속되면서 매수자들이 양도세를 대납하는 관행도 계속되고 있다.

매물 실종된 분양권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분양·입주권 거래는 한 달 새 절반 가까이 줄었다. 지난해 12월 서울 전역에서 715건의 분양·입주권이 손바뀜됐지만 지난달엔 395건에 그쳤다. 이달에는 20일까지 214건이 거래됐다. 하루 평균 10.7건에 불과해 지난달(하루 평균 12.7건)에 미치지 못했다. 서초구 아파트는 지난해 12월 51건 거래됐지만 지난달엔 6건, 2월에는 3건에 불과했다.

정부가 재건축 아파트 규제를 강화하면서 신축 아파트 공급이 줄어들 것을 예상한 투자자들이 분양권 거래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시장에 풀린 분양권 매물은 많지 않다.

서울은 정비사업을 통한 주택 공급이 일반적이다. 부동산인포에 따르면 올해 서울에서 일반 분양하는 1만9308가구의 아파트 중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을 통한 공급량은 1만4884가구로 전체 81.6%를 차지한다.

재건축 아파트 규제가 연일 보도되자 투자자들은 신축 아파트로 몰리는 분위기다. 반면 입주를 앞둔 서울 주요 신규 아파트 집주인들은 향후 시세 차익을 기대하며 매물을 거둬들이고 있다. 강동구 고덕동 R공인 관계자는 “매수 대기자들이 노트 다섯 장을 넘어갈 정도”라며 “매물이 흔치 않아 거래가 쉽지 않다”고 전했다.

지난해 잦은 손바뀜이 일어난 까닭에 물건이 나오지 않는다는 분석도 있다. 지난해 5월엔 한 달 만에 1515건의 분양·입주권 거래가 있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서 공개한 자료 중 한 달 수치로는 가장 많다. 지난해 4월(1075건)과 6월(1261건) 거래량도 상당해 분기별 거래량도 최다를 기록했다.

지난달부터 판매하는 분양권에 대해선 보유 기관과 무관하게 차익의 절반을 소득세로 내야하기 때문에 쉽게 거래에 나서지 않는다는 점도 있다. 양지영 R&C 연구소장은 “아파트 시세가 크게 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양도소득세 부담액이 오르니 소유자들이 매물을 풀지 않고 있다”며 “거래도 크게 줄었다”고 설명했다. 송파구 가락동의 K공인 관계자는 “1년 전에 분양권을 매수한 사람이 많은데, 이들 입장에서는 올해 더 중과되는 세금을 내고 다시 물건을 내놓는 선택을 하긴 쉽지 않다”고 말했다.

분양가 수준의 웃돈 붙어

서울 신규 아파트 분양권은 지난해 11월 입주자 모집공고를 낸 단지부터 소유권 등기 이전 때 전매할 수 있다. 소유권 이전 등기는 잔금을 치른 뒤 60일 이내에 가능하기 때문에 사실상 입주까지 분양권 거래를 막은 셈이다. 현재 이 단지들의 분양권 거래는 모두 불법이다. 지난해 ‘8·2 부동산 대책’으로 인해 서울 25개 자치구가 투기과열지구로, 강남 서초 송파 등 11개 자치구가 투기지역으로 지정되면서다.

지난해 11월 이전 입주자 모집공고를 내고 분양한 단지들에도 매물은 많지 않다. 그나마 몇 안 되는 매물엔 억대 프리미엄이 붙어 있다. 2010가구가 분양된 강동구 ‘고덕그라시움’은 매물이 모든 주택형을 합쳐 3~4건만 나와 있다. 저층도 웃돈만 1억5000만원이 붙어 있다.

송파구 가락동의 ‘헬리오시티’ 분양권 전용 84㎡는 지난달 13억2000만원에 거래가 이뤄졌다. 지난해 11월만 해도 11억~12억원에 팔렸던 주택형이다. 현재 로열층 기준으로 14억~15억원을 호가하며 웃돈만 4억원을 넘는다.

강남구 일원동의 현대사원을 재건축한 ‘래미안 루체하임’ 분양권은 지난해 말 전용 84㎡가 16억5600만원에 거래됐다. 12억5000만~13억원에 분양됐을 때보다 4억원 이상의 차익이 발생했다.

강북권 신축 아파트 분양권 값도 강세다. 성동구 금호동4가의 ‘힐스테이트 서울숲리버’ 전용 84㎡는 지난달 7층이 12억원에 손바뀜됐다. 이달 입주를 시작한 아파트로, 분양가(7억원) 대비 5억원 올랐다. 소형 면적 분양가와 비슷한 수준의 웃돈이 붙었다.

행당6구역을 재개발한 성둥구 행당동의 ‘서울숲 리버뷰자이’는 지난달 전용 84㎡가 12억원에 팔렸다. 올해 6월 입주를 앞두고 가격이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다. 7억원 안팎이었던 분양가보다 크게 상승했다. 금호15구역 주택을 재개발한 금호동1가의 ‘e편한세상 금호 파크힐스’는 다음달 입주 예정이다. 이달 전용 84㎡는 10억~11억5000만원에 실거래가 있었다. 이곳 역시 분양가(7억원 안팎)보다 4억원 가까이 올랐다.

양도세 대납 성행

수요자는 중도금 대출이 제한돼 있고, 대출 승계가 쉽지 않은 탓에 자금 계획을 꼼꼼히 세워야 한다. 분양가가 9억원이 넘어가는 주택형은 중도금 대출이 안 되기 때문에 매수자가 직접 자금을 마련해야 한다. 일원동 ‘래미안 루체하임’은 전용 59㎡도 9억원을 넘어가기 때문에 초기 자금만 5억원 가까이 들어간다.

분양권 양도소득세를 매수자에게 대납시키는 조건으로 매매를 하는 경우도 종종 벌어진다. 매도자 우위 시장인 까닭에 매수자들은 ‘양도세 매수자 대납’ 조건을 달고 나온 몇 안 되는 물건을 잡으려 한다. 분양권 양도 때 차익의 절반을 세금으로 내야하는 탓에 이 같은 행위는 자연스레 확산되고 있다. 매수자가 양도세를 모두 내지 않더라도 이에 준하는 가격을 얹어 가격 조정이 이뤄지곤 한다. 이런 식의 계약 자체가 불법은 아니다.

그러나 대납 관련 내용이 계약서에 반영돼야 유효하다. 또 계약서에 반영된 대납 금액은 양도가액에 포함되기 때문에 추가 양도세가 부과된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매도자가 양도세 대납 조건을 걸고 세금을 줄여주겠다며 웃돈의 절반만 신고하고 매수자에게 따로 돈을 받으면 불법 다운계약에 해당한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