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안전진단 요건이 강화되면서 안전진단을 통과한 단지와 신청하지 못한 단지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아직 안전진단 절차에 들어가지 않은 곳은 향후 10년 이상 재건축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안전진단은 주민동의서 징구(10%), 안전진단 신청, 안전진단 실시 결정(시장·군수), 안전진단 의뢰(시장·군수→안전진단기관), 안전진단 실시 순으로 이뤄진다.

아직 첫 단계인 주민동의서 징구조차 하지 않은 곳은 당연히 재건축이 어려워진다.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선수기자촌’ 아파트, 문정동 ‘올림픽훼밀리타운’ 아파트, 양천구 목동 신시가지아파트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양천발전시민연대 관계자는 “정부의 계속된 말 바꾸기와 이런 대책 발표에 울화통이 터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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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동의서 징구 단계인 곳도 마찬가지다. 새 제도 시행 전에 안전진단 의뢰까지 가는 게 불가능하다. 동의서를 걷고 있는 송파구 풍납극동이 대표적인 사례다.

안전진단 실시 결정이 이미 났다고 해도 규제를 피했다고 보긴 어렵다. 국토교통부는 강화된 안전진단 기준을 시행일 이후 최초로 안전진단기관에 안전진단을 의뢰한 단지부터 적용한다. 국토부는 ‘의뢰 여부’를 안전진단 업체 입찰 공고(용역 발주)가 아니라 기관 선정(계약)을 기준으로 판단할 방침이다. 용역 발주부터 기관 선정까지는 한 달여의 시간이 걸린다. 국토부가 오는 3월 초 개정안을 시행하면 안전진단 강화 기준에 걸리게 된다. 각 단지는 6600만~2억원의 용역비를 예치하며 안전진단 신청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통과 여부를 장담할 수 없게 됐다.

송파구 잠실동 ‘아시아선수촌 아파트’, 영등포구 여의도동 ‘광장아파트’, 신길동 ‘신길우성2차’ ‘우창아파트’ 등도 안전진단을 준비 중이나 입찰 공고부터 용역 업체 선정까지 한 달여의 시간이 걸리는 까닭에 국토부의 개정안 시행일자가 중요한 변수로 떠올랐다. 다만 국토부 관계자는 “‘의뢰’의 기준을 기관 선정으로 해석하고 있지만 확정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반면 안전진단 용역 업체를 선정했거나 안전진단을 진행 중인 단지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송파구에선 가락동 ‘가락우성1차’ ‘가락미륭’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강남구에선 개포동 ‘개포우성6차’, 일원동 ‘일원우성7차’, 압구정동 ‘미성2차’ 등이 올 1월 초부터 안전진단기관으로부터 안전진단을 받고 있다. 가락우성1차의 한 주민은 “재건축을 일찍 시작해 그나마 다행”이라며 “그러나 조합원 지위양도금지, 재건축초과이익환수 등 후속 규제도 많아 재건축이 순조롭게 이뤄질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