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도 'AI 시대'… 계약서 쓰고 권리 분석 'OK'
국내 부동산업계에서 인공지능(AI)과 블록체인 등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술을 활용하려는 시도가 잇따르고 있다.

부동산 직거래 온라인 커뮤니티를 운영하는 한 기업은 AI를 연구하는 S기업과 협업을 시작했다. AI 기술을 이용한 부동산 거래 시스템을 개발하기 위해서다.

부동산 등기부등본 등 자료를 기초로 매매계약서 임대차계약서 등 거래계약서를 자동으로 작성해주는 서비스다. 부동산을 거래할 때 법적으로 안전한지 확인하는 권리분석 기능도 넣을 계획이다. 거래계약서는 대부분 특정한 패턴이 있기 때문에 이를 체계화하면 충분히 AI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는 것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권리분석은 관련 법령과 판례 등을 자료로 쓸 예정이다.

업계에선 AI 거래 시스템이 보편화되면 부동산 직거래가 활성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권리분석 등을 위해 비싼 수수료를 주고 전문가 서비스를 이용할 필요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사람이 낼 수 있는 계약서상 숫자 기재 실수 등 사소한 오류를 방지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최광석 로티스합동법률사무소 대표 변호사는 “미국의 권원보험업계 등에서는 여러 해 전부터 자동 시스템을 통해 계약서를 작성하는 프로그램이 실무에 활용되고 있다”며 “부동산 거래에 AI를 접목하면 거래비용이 낮아진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에선 빌딩 관리에 AI를 접목하는 사례도 등장했다. 실리콘밸리 기업인 젠플레이스는 지난해 AI 챗봇(대화로봇)이 건물 시설과 임차인 상황 등을 자동으로 관리하는 서비스를 선보였다. 건물 배수관의 평균 수명과 노후도 등을 파악해 배수관에 문제가 발생할 것으로 예측되는 시점 3~6개월 전 건물주에게 알려주는 식이다.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한 부동산 거래·개발 사례도 늘고 있다. 홍콩 부동산컨설팅기업 프라퍼티시딩은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타운하우스 100채를 짓는 데 드는 사업비를 모으기 위해 가상화폐를 이용, 크라우드펀딩을 받았다. 가상화폐 플랫폼을 이용했기 때문에 여러 국가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으기가 기존 방법보다 쉬웠다. 개인 투자를 받기엔 금액이 너무 크고, 기관투자를 받기엔 규모가 작은 타운하우스 연립주택 등의 사업에 요긴하다는 설명이다. 미국과 유럽에선 가상화폐를 이용해 분할 형태로 투자하는 수익형 부동산 상품도 개발 중이다.

부동산업계에선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술 활용도가 무궁무진하다고 전망한다. 기존 작업에 드는 각종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어서다.

한 부동산개발사 대표는 “수주가 확실하지 않은 공모사업이나 재건축사업에 들어가는 설계안을 AI 시스템을 통해 작성한다면 인건비 등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