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선수권 5위·월드컵 4위…한국 스키 올림픽 첫 메달 후보
[평창 기대주] 메달 '문턱'은 이제 그만… 주인공 꿈꾸는 모굴 최재우
1960년 미국 스쿼밸리에서 열린 동계올림픽에 처음 출전한 한국 스키는 그동안 메달을 기대하기보다는 '출전으로도 큰 의미가 있는 종목'에 가까웠다.

하지만 한국 스키는 58년이 흘러 안방에서 처음 열리는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최초의 메달에 도전한다.

그 주인공으로 가장 유력하게 꼽혀온 후보 중 한 명이 프리스타일 스키 모굴의 간판 최재우(24)다.

그는 눈 둔덕으로 뒤덮인 코스를 내려오며 점프대에서 공중 기술까지 선보이는 '모굴'이라는 생소한 종목을 한국의 대표주자로 개척해 온 선수다.

네 살에 스키를 시작해 일곱 살 때 알파인스키 대회에 나갔다가 1위를 하며 운명처럼 선수의 길을 걸은 그는 열 살 때부터 본격적으로 프리스타일 스키 선수로 활동했다.
[평창 기대주] 메달 '문턱'은 이제 그만… 주인공 꿈꾸는 모굴 최재우
2006년 캐나다 휘슬러로 유학을 떠나 기량을 쌓은 그는 만 15세인 2009년 처음으로 국가대표에 선발됐다.

캐나다에서 훈련할 때 여러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현지 코치에게서 귀화 권유를 받기도 했지만, 태극마크를 택했다.

2006 토리노 동계올림픽 동메달리스트인 한국계 미국인 토비 도슨(40) 코치가 2011년 한국 대표팀에 합류한 건 최재우에게 성장의 큰 발판이 됐다.

그는 2012년 3월 세계주니어선수권대회에서 한국 스키 선수 최초로 동메달을 획득했고, 이듬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한국 선수 최고 성적인 5위에 올라 국제무대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평창 기대주] 메달 '문턱'은 이제 그만… 주인공 꿈꾸는 모굴 최재우
평창을 내다보며 준비하던 그는 단숨에 2014년 소치 대회부터 메달 후보로 주목을 받았고, 소치 대회에서 한국 프리스타일 선수로는 처음으로 올림픽 예선을 통과해 결선에 올라 메달의 꿈에 한발 다가섰다.

하지만 메달을 다투는 결선 최종 라운드를 눈앞에 둔 2라운드에서 잠깐의 실수로 결국 경기를 마치지 못하고 실격해 아쉬움을 삼키며 평창을 기약했다.

각종 대회에서 '한국 최초'라는 수식어를 달고 다녔으나 메달권 진입은 최재우에게 쉽게 넘을 수 없는 벽이었다.

2015년 1월 디어밸리 월드컵에서 4위 한국 스키 사상 최고 성적을 낸 그는 그 직후 훈련 중 당한 척추 옆 뼈 골절 부상으로 슬럼프에 빠지기도 했다.

지난해 2월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에서 2위에 오르는 성과도 있었지만, 당시까지도 그는 침체를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다.

"세계선수권 5위 당시를 떠올리며 슬럼프 탈출을 위해 애썼다"는 그는 평창 올림픽이 열리는 이번 시즌 다시 비상을 시작했다.

지난달 중국 장저커우에서 열린 두 차례 월드컵에서 연이어 4위에 오르며 다시 메달의 문을 두드렸고, 이달 10일 디어밸리 대회에선 예선 전체 1위에 오르며 기대감을 높였다.

'모굴 황제' 미카엘 킹스버리(캐나다)마저 제치고 예선 1위에 올라 메달 가능성을 열었으나 그는 1차 결선 도중 넘어지면서 실격당해 또 한 번 메달을 눈앞에 두고 불운을 겪어야 했다.

이달 20일 캐나다 트랑블랑 대회에서 다시 4위에 오른 그는 이번 시즌 월드컵 전체 랭킹 4위에 자리해 킹스버리를 비롯한 세계적인 선수들과 경쟁하고 있다.

평창에서 한국 스키는 최재우와 알파인 스노보드 종목의 이상호(23) 등을 앞세워 사상 첫 올림픽 메달의 새 역사를 노린다.

월드컵 첫 메달이라는 이정표는 이상호에게 먼저 내줬지만, 평창에서는 시행착오를 끝내고 시상대에 선다는 게 최재우의 목표다.

두 선수 모두 메달의 위업을 달성하더라도 남자 모굴 결선이 대회 초반인 다음 달 12일 열리기 때문에 '사상 첫 올림픽 메달리스트'라는 수식어는 최재우에게 돌아간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