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와 관련해 조합원당 수억원의 부담금이 나올 것이란 정부 발표 이후 서울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 시장에 그동안 씨가 말랐던 매물이 등장했다. 반대로 매수자들은 “시일을 두고 지켜보자”는 분위기로 바뀌고 있다.

22일 강남 일대 중개업소들에 따르면 초과이익환수제를 피하지 못한 반포동, 대치동 단지에서 지난주 실거래가 수준의 매물이 하나둘 나오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호가를 높이며 매물을 내놓던 종전의 열기가 한풀 꺾인 모양새다.

서초구 반포동의 ‘반포주공1단지 3주구’ 전용 72㎡ 물건은 1주일 전까지 자취를 감췄으나 지금은 19억~20억원 선의 물건이 세 개 나와 있다. 오는 25일 ‘조합원 지위거래 예외 조항’ 확대를 앞두고 지난주 예약 거래된 금액(19억원)과 큰 차이가 없다. 이곳은 재건축 부담금이 조합원 1인당 평균 8억4000만원이 될 것이라고 추측되는 사업장이다.

K공인 관계자는 “환수제 부담금이 정확하게 얼마가 될지 모르는 탓에 지금은 섣불리 매수를 권하지 못하고 있다”며 “물건이 나오는 대로 연락을 달라던 매수자들의 반응도 다소 차분해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송파구 잠실동 ‘잠실주공5단지’의 한 중개사무소에도 이날 한꺼번에 3명의 집주인이 물건을 내놓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곳 역시 매물이 손에 꼽을 정도로 적었던 곳이다. S공인 관계자는 “현 시세보다 1억원 더 오르면 매물을 내놓겠다고 하던 한 집주인은 추가 상승 기대를 접고 오전에 매도 의사를 밝혔다”며 “매수세도 떨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강남구 대치동의 ‘은마아파트’에도 전용 84㎡ 매물 두 개가 각각 16억3000만원과 16억5000만원에 현지 A중개업소에 나왔다. 이 중개업소 관계자는 “1주일 전만 해도 아침에 매물이 나오면 오후에 계약이 끝나곤 했으나 지난주 거래된 금액(16억2000만원)보다 높은 탓인지 매수자들이 1~2주 정도 지켜보겠다고 돌아섰다”고 귀띔했다.

강남구 압구정동에도 매수 문의 대신 ‘환수액 부담금이 얼마나 되느냐’는 문의만 쏟아졌다. 압구정동 중앙공인의 신만호 대표는 “매수자들이 심리적인 영향을 많이 받고 있다”며 “다만 호가가 내리거나 던지는 매물이 나오는 추세는 아니다”고 말했다.

김형규/민경진/양길성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