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벌써? 지방선거에 맞춰진 '서울시 정책 시계'
지난 2일 아침 서울 종로. 새해 첫 출근길에 나선 직장인 상당수가 버스정류장을 찾지 못해 우왕좌왕했다. 지난해 12월31일 종로에 중앙버스전용차선이 개통되면서 일부 버스 노선이 변경됐는데 미처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날 출근시간대 혼란은 버스 노선 변경 등이 사전 공지됐음에도 이를 미리 확인하지 않은 개인 탓이 컸다. 하지만 다른 목소리도 있다. ‘2017년 말 개통’이라는 서울시 약속은 지켜졌지만 공사가 완전히 마무리되지 않아 혼란을 초래했다는 지적이다. 실제 철거됐어야 할 정류장은 그대로 있고, 광화문광장 사거리 등 곳곳의 횡단보도는 공사 중이었다. “준비도 덜 됐는데 꼭 12월31일에 개통해야 했을까”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최근 서울시 안팎에선 “서울시의 정책시계가 오로지 6월 지방선거에 맞춰져있다”는 얘기가 들린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신년사를 통해 사실상 3선 도전을 공식화하면서 앞으로 이 같은 경향은 더 심해질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이런 전망을 뒷받침하는 사례는 또 있다. 새해를 불과 1시간30분여 앞두고 31일(일요일) 밤에 있었던 서울교통공사의 ‘무기계약직 1288명 전원 정규직화’ 발표가 대표적이다. 무조건적인 정규직 전환을 반대한 직원들 사이에서 “새해를 한 시간 앞두고 날치기 통과됐다”는 불만부터 “사장이 3선에 도전할 박 시장을 밀어주는 것 아니겠느냐”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지난해 말에는 지방선거 이후를 목표로 하는 장기 프로젝트가 연달아 발표되기도 했다. 박 시장은 지난해 11월21일 ‘2022년까지 원자력발전소 1기 설비 용량에 해당하는 에너지를 태양광으로 보급하겠다’는 내용의 ‘태양의 도시, 서울’을 선언했다. 바로 다음날에는 2030년까지 미세먼지, 온실가스 등을 줄이겠다는 ‘서울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2030’을 발표했다. 당시 일각에선 “선거를 의식해 큰 프로젝트를 잇따라 발표하는 것 아니겠느냐”는 분석이 나왔다.

서울시 역점 사업 중 하나를 수주해 진행하고 있는 한 업체 관계자는 “서울시로부터 ‘예정된 사업을 될 수 있으면 3월쯤으로 앞당기라’는 얘기를 들었다”며 “선거 때문에 정책이나 사업 추진을 너무 서두르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박상용 지식사회부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