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엔 금융소비자, 금융회사, 금융당국 등 금융계 3각 축 모두에서 큰 변화가 예고돼 있다. 당장 소비자들은 금리 상승에다 강화된 대출 규제로 자금 조달이 더 어려워질 전망이다. 당국이 대출금리와 보험료, 카드 수수료 등 금융 가격 결정 과정을 유심히 보겠다고 나서 금융회사와 당국 간 갈등이 빚어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예고한 금융회사 지배구조 점검도 각 회사 최고경영자(CEO)들의 연임이 달린 주요 이슈다. 가상화폐 열풍이 사그라들지 않으면 더 높은 수준의 규제가 나올 전망인 데다, 금융감독체계가 어떻게 바뀔지도 주요 관심사다.
2018 금융계 5대 이슈 (1) 금리 인상에 신DTI 도입까지… 대출자 더 고달파진다
1월부터 신DTI…DSR은 10월부터

당장 1월부터 주택담보대출을 받는 사람들은 기존 대출 심사기준보다 더 강화된 신(新)총부채상환비율(DTI)을 적용받는다. 신DTI는 돈을 빌린 사람이 원금과 이자를 상환할 만큼 충분한 소득이 있는지 나타내는 지표다. 연소득이 분모, 갚아야 할 원금과 이자가 분자다. 구DTI는 신규 대출에선 원금과 이자 둘 다를, 기존 대출에선 이자만 분자에 포함시켰다. 하지만 신DTI는 기존 대출의 원금까지 분자에 넣는다. 신DTI로 적용기준이 바뀌어도 상한선은 30~50%로 유지되기 때문에 대출금 상한선이 오히려 낮아지게 된다. 신규 대출자로선 조달할 수 있는 자금이 줄어들고, 기존 대출자는 이자 부담이 커지는 셈이다. 이밖에 주택담보대출뿐 아니라 신용대출 등도 원리금 상환액에 포함하는 총체적상환능력심사제(DSR)가 은행들의 참고지표로 10월부터 도입된다.

당국 “가산금리 들여다볼 것”

금융당국은 ‘금융소비자 보호’를 명분으로 각종 가격 결정 과정을 유심히 들여다보기로 했다. 당국은 이미 각 은행의 대출금리 인상에 제동을 걸었다. 가산금리 인상을 제어하는 방식이다. 보험사들의 보험료 인상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건강보험 보장범위가 확대되는 만큼 상반기에 실손보험료가 인하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당국은 2017년 낮은 카드 수수료율을 적용받는 중소가맹점과 영세가맹점을 확대한 데 이어 2018년에 추가로 수수료율을 내린다는 방침이다. 카드업계는 이 같은 조치가 취해지면 수익성이 악화돼 적자 카드사가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 3연임 할까

금융당국은 새해 초 주요 금융회사를 대상으로 지배구조를 점검할 것이라고 이미 예고했다. CEO의 경영승계 프로그램이 제도적으로 어떻게 마련돼 있는지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본다는 방침이다. 금융당국은 금융회사의 기존 CEO가 사외이사들을 장악해 공정하지 않은 방식으로 연임하려 한다는 비판의 목소리를 높여왔다. 반면 민간 금융회사들은 주요 금융지주사 실적이 좋은데도 CEO의 연임을 정부가 언급하는 것은 과도한 관치라는 입장이다. 새해 임기가 만료되는 금융지주 회장은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3월)과 김용환 농협금융 회장(4월)이다.

가상화폐 투기 잠재울 수 있을까

정부의 가상화폐 대책이 투기를 잠재울 수 있을지 주목된다. 가상화폐 중 거래량이 가장 많은 비트코인은 2017년 1월1일 코인당 121만원에서 2017년 말 2000만원 수준까지 1600% 가까이 뛰었다. 정부 규제안이 나온 최근엔 1400만원대와 2400만원대 사이를 오갈 만큼 변동폭이 컸다. 정부는 가상화폐에 대한 과도한 투기를 잠재우고 자금세탁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1월부터 가상화폐 거래실명제를 시행한다. 또 특별법을 제정해 가상화폐거래소를 폐쇄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 같은 정부 규제가 가상화폐 투기 세력을 걸러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금감원서 금융소비자기구 분리?

금융당국자들의 마음도 편치만은 않다. 조직 축소 위기에 처해서다. 문재인 대통령은 공약집에서 금융정책과 금융감독, 금융소비자 보호 기능을 분리하겠다고 한 바 있다. 금융위원회의 정책기능을 기획재정부에 넘기고, 감독 기능은 금융위에 남기거나 금융감독원으로 넘기는 방안이 제기되기도 했다. 금융위는 조직 규모와 권한을 최대한 지켜야 한다는 게 비공식적인 입장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금융감독과 정책 기능을 명확히 분리하기는 쉽지 않다”며 “이 두 기능은 상호 보완적 관계이기 때문에 균형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신영/윤희은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