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국회 앞에서 김현 대한변호사협회장(오른쪽 두 번째) 등 변협 간부들이 국회의 세무사법 개정안에 반발, 삭발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8일 국회 앞에서 김현 대한변호사협회장(오른쪽 두 번째) 등 변협 간부들이 국회의 세무사법 개정안에 반발, 삭발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 김현 대한변호사협회장을 비롯한 변협 간부 4명이 비장한 표정으로 삭발을 자청했다. 변호사에 대한 세무사 자격 자동부여 제도 폐지를 골자로 한 세무사법 개정안에 강력 반발하며 ‘삭발 투쟁’에 나선 것. 세무사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변협은 전체 공지를 통해 “세무사법의 위헌성을 널리 알리고 개정 세무사법이 폐기되는 날까지 무한투쟁을 전개할 것”이라며 변호사들에게 총궐기를 촉구했다.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얽혀 있는 정책들이 잇달아 입안되면서 의사·변호사·교사 등 전문직 노동자들의 가두 투쟁이 새로운 풍속도로 자리잡고 있다. ‘가투’에 가장 적극적인 전문직 종사자들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소속 교사들이다. 전교조는 줄기차게 요구해온 ‘법외노조 철회’를 위해 오는 15일부터 사실상의 파업인 연가투쟁에 돌입하겠다고 지난 4일 선언했다.

새 정부 들어 확산되고 있는 전문직 노동자 파업의 원조이자 전범은 언론인들이다. ‘친노동’ 성향의 새 정부 출범에 맞춰 벌인 공중파들의 파업은 소기의 성과를 달성한 모양새다. 김장겸 전 MBC 사장이 지난달 해임되고, 최승호 신임 사장이 지난 7일 임기를 시작한 MBC 파업사태가 대표적이다. 파업기간에 언론인이 포함된 행동대는 방송국을 벗어나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구여권’ 이사들의 직장과 대학으로까지 진격했다. 피케팅 시위는 물론이고 격한 몸싸움을 마다하지 않는 사퇴 압박전을 펼치며 전투력을 과시했다. 이는 몇몇 이사의 자진 사퇴로 이어졌고, 방문진 이사진은 노조가 원하는 방향으로 재구성됐다. KBS 노조 역시 지난 9월부터 경영진 퇴진을 요구하며 KBS 역사상 최장기 파업을 이어가고 있다.

일각에서는 새 정부 들어 법과 제도적 절차를 따르기보다는 거리에서 목소리를 높이는 ‘광장 정치’ 행태가 심해졌다는 비판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교수는 “집회·결사의 자유를 넘어선 과격행동도 적지 않다”며 “정해진 절차에 따라 진행된 사안도 ‘적폐’로 몰아가는 분위기가 심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시민들은 대체로 ‘전문직들의 밥그릇 싸움’이라며 싸늘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