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함부르크 슈드 기업결합에 중·남미 항로 컨소시엄 탈퇴 명령

공정거래위원회가 세계 1위와 7위 해운선사의 인수·합병(M&A)과 관련해 타 선사와 맺은 제휴(컨소시엄)에서 빠지라는 명령을 내렸다.

두 회사뿐 아니라 컨소시엄 내 다른 회사까지 함께 결합하는 효과를 내기 때문이라는 취지다.
공정위, 세계1·7위 해운선사 M&A에 "해운제휴 빠져라"
공정위는 머스크 라인 에이에스(이하 머스크)와 함부르크 슈드 아메리카니쉐 담프쉬프파르츠-게젤샤프트 카게(이하 함부르크 슈드)의 기업결합을 심사한 결과 극동아시아-중·남미 항로에서 경쟁제한이 우려된다며 컨소시엄 탈퇴 명령 등 시정조치를 부과했다고 28일 밝혔다.

덴마크 기업인 머스크는 전 세계 컨테이너 정기선 운송업 시장 선복량(선박의 화물적재능력) 보유 1위 해운선사다.

머스크는 작년 10월 업계 7위인 함부르크 슈드의 지분을 100%에 취득하기로 하고, 공정위에 올해 4월 기업결합을 신고했다.

두 회사는 외국에 본사를 두고 있지만, 국내 연 매출액이 200억원 이상이기 때문에 결합하려면 한국 공정위에 신고해 심사를 받아야 한다.

머스크의 지분 취득 비용은 당시 약 40억 달러(4조3천600억원)로 알려졌다.

공정위는 이번 경쟁 제한성 판단에 최초로 컨소시엄 단위 시장점유율에 기반을 둔 분석을 적용했다.

컨소시엄이란 특정 항로에서 서로 빈 선복량을 공유하는 해운선사끼리의 제휴다.

항공사끼리 좌석공유를 하는 항공동맹과 비슷한 개념이다.

공정위는 함부르크 슈드가 속한 컨테이너 정기선 운송업 극동아시아-중미·카리브해, 극동아시아-남미 서해안 항로 컨소시엄인 'ASCA'와 'ASPA 1,2&3' 탓에 머스크와 합치면 경쟁제한행위가 발생할 가능성이 커진다고 판단했다.

함부르크 슈드는 ASCA에서 3개, ASPA 1,2&3에서 5개 선사와 각각 제휴한 상황이다.

머스크와 합병하면 다른 제휴 선사와 선복량 배분, 운항 일정, 운임 등 정보를 공유할 수 있어 사실상 하나의 거대 회사가 탄생한 효과가 나타난다.

이에 따라 운임인상 등 경쟁제한 행위를 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이 공정위의 판단이다.

실제로 2016년 기준 중미·카리브해 항로를 보면 머스크와 함부르크 슈드의 합계 점유율은 33.3%지만, 컨소시엄까지 합하면 점유율은 절반 이상인 54.1%에 달하게 된다.

남미 서해안 항로도 두 회사의 점유율 합은 37.6%지만, 컨소시엄까지 합하면 65.9%에 이른다.

공정위는 이에 따라 내년 8월 계약이 자동으로 연장되는 ASCA에서는 탈퇴를, 내년 3월 만기가 도래하는 ASPA 1,2&3는 계약연장을 하지 말도록 명령했다.

또 탈퇴·계약 기간 만료일로부터 5년간 기존 컨소시엄 구성원들이 참여하고 있는 다른 컨소시엄 가입을 금지했다.

아울러 탈퇴와 계약만료 전까지 운임 등 민감한 정보를 얻으면 이 정보를 공유하지 말도록 했다.

만약 결합 회사가 공정위의 시정조치를 따르지 않으면 검찰에 고발될 수 있다.

또 결합금액과 불이행 일수에 비례한 이행강제금이 부과된다.

공정위는 북미나 오세아니아 등 극동아시아와 연결되는 다른 8개 항로에 대해서도 심사했으나 실질적 경쟁제한 요소는 없다고 판단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컨테이너 정기선 운송업 시장의 수평결합에 대한 최초의 시정조치"라며 "경쟁 제한성 판단을 위해 처음으로 컨소시엄 단위 시장점유율에 기반한 분석을 했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