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월세상한제·계약갱신청구권은 방향만 제시할 듯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22일 “관계부처 협의 등을 통해 주거복지로드맵의 윤곽은 이미 나온 상황”이라며 “외부 변수에 따라 연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지만 이달 중 발표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말했다.
11월이 열흘도 채 남지 않은 데다 이번주는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지는 점을 감안하면 발표 시점은 다음주가 유력하다. 정부 정책 발표는 대부분 주초나 주후반은 피해왔다는 것으로 미뤄 오는 28~30일께 발표될 것으로 부동산업계는 보고 있다.
국토부는 당초 지난주 주거복지로드맵을 발표하는 것으로 방향을 잡았지만 포항 지진 여파에 계획을 미룬 것으로 알려졌다. 지진 사고를 수습에서 중심 역할을 담당하고 있어서다.
주거복지로드맵의 확정 발표 시점은 그동안 수차례 연기돼 시장 혼란을 부추긴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토부는 앞서 8·2 대책을 통해 정책 수립을 예고하며 9월 중 발표를 못 박았다. 하지만 9월 열린 경제현안간담회에서 시장상황 모니터링 등을 이유로 10월로 미뤘다. 10월 열린 국토부 국정감사에선 다시 김현미 장관이 11월 연기를 시사했다. 같은 달 말 발표된 가계부채종합대책에선 아예 발표 시점을 ‘연내’로 규정했다.
진통 끝에 윤곽이 나오고 있는 주거복지로드맵은 신혼희망타운 등 공적임대주택 공급 방안과 다주택자의 민간임대사업자 등록 유도 방안이 골자다. 이를 통해 총 주택재고의 6.3%에 불과한 공적임대주택(공공임대주택+공적지원민간임대주택)의 재고를 2022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8%)을 웃도는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게 정부의 목표다.
공적임대주택은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 동안 연간 17만가구 규모로 공급하는 계획을 내놓는다. 5·10년 단위 분양전환 임대주택은 줄이고 영구임대 등 장기 공공임대주택을 늘릴 것으로 알려졌다. 신혼부부를 위한 ‘신혼희망타운’은 문 대통령의 임기 동안 7만가구가 공급된다. 과천지식정보타운과 위례신도시 등이 대상지가 될 전망이다. 분양주택과 임대주택의 비율은 3 대 7가량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신혼부부의 디딤돌대출 우대금리를 현행 0.2%에서 대폭 높이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임대차시장 개혁도 추진된다. 우선 다주택자의 임대사업자 등록을 유도해 민간임대시장을 투명화한다. 현재 임대소득을 거두고 있는 다주택자의 임대사업자 등록 비율은 10%대에 불과한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제도권으로 들어오는 다주택자의 비율을 높이기 위해 건강보험료 인하와 양도소득세 감면 등 ‘당근책’이 검토되는 중이다. 임대사업자로 등록하지 않을 경우 세제상 불이익을 주거나 등록을 의무화 하는 방안 등도 조심스럽게 거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실장은 “다주택자를 제도권으로 들이기 위해선 임대사업자로 등록할 경우 인센티브를 받고 공적 기능을 할 수밖에 없는 당위성을 먼저 부여해야 한다”며 “임대인의 적정 수익을 보장하면서 임차인의 권리도 보호할 수 있는 합리적인 균형점을 찾는 게 관건”이라고 말했다.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은 주거복지로드맵을 통해 당장 도입이 결정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임대료 등의 현황을 파악할 수 있는 기본 통계가 너무 부실해서다. 다만 중장기적으로 이를 도입하기 위한 포괄적인 방향을 제시하거나 제도적 여건이 마련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은 임대료 상승폭을 제한하고 임대차 계약의 갱신을 1회에 한해 강제하는 제도다. 시행될 경우 임대인들이 미리 4년치 임대료를 한꺼번에 올리면서 단기적인 전세가격 급등 부작용으로 이어질 수 있어 논란이 있다. 임대차계약기간 단위가 1년에서 2년으로 연장된 1989년에도 이 같은 이유로 서울 전셋값이 전년 대비 23.7% 폭등했기 때문이다. 당시 전세가격은 이듬해도 16.2%나 올라 제도 시행 전인 1988년 상승률(7.3%)을 크게 웃돌았다.
집값 하락을 불러올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구만수 국토도시계획기술사사무소장은 “과거와 같은 부작용을 막기 위해 신규 임대차계약이 아닌 존속중인 계약까지 포함하는 형태로 시행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입주물량이 많았던 곳은 낮은 전세가율이 앞으로도 사실상 고정되는 셈이어서 매매가격 충격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전형진 한경닷컴 기자 withmold@hankyung.com